예능 트렌드? 한글 파괴? 예능 딜레마 '신조어·외국어 혼용 자막'

입력 : 2020-10-22 오전 10:12:44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시청자들의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프로그램은 예능이다. 재미를 위해서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른 장르보다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을 한다. 그러다 보니 신조어, 혹은 유행어가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신조어 사용이 독이 되기도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고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7개 프로그램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 회의에 상정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찐 성덕’ ‘댓츄롸잇’ ‘흑뽀 ㅐ ㄱ’ ‘놀면 뭐하니노우 The ’ ‘아이 크은랩벋아돈노더ㄹㄹㄹ랩’ ‘NO 강요!’ 등 자막에서 무분별한 신조어와 외국어 혼용 표현을 사용해 방송심의 규정 방송언어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을 했다.
 
방송소위원회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를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와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한 것이라며 “4기 위원회 출범 이후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을 방송사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서 유행하는 언어 흐름을 뒤쫓기보다는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에 앞장서 품격 있는 방송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뉴스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자막의 기능은 정보전달용이다. 출연진 소개, 설명, 소개, 대사가 들리지 않는 경우 사용되며 자막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흥미유발적인 기능이 대부분이다. 출연자의 대사를 인용하는 것부터 연출자나 편집자의 의도,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의성어, 의태어, 기호나 그림 등이 해당한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등장한지 25년이 되어 간다. MBC ‘일밤-이경규가 간다코너에 PD가 자막을 통해 속마음을 표현하면서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0년이 넘어가면서 자막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한때 일부 시청자들은 과도한 자막이 되려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능 프로그램 속 자막을 시청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 결과 예능의 재미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가 됐다. 방심위의 자막 사용 조사 결과 약 3초당 한 번 꼴로 자막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자막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tvN ‘삼시세끼시리즈와 도시 어부. ‘삼시세끼는 적절한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했다. 무료한 듯 흘러갈 수 있는 영상임에도 동물들의 행동에 자막으로 대사를 넣어 의미를 부여했다. ‘도시 어부의 경우 자막을 통해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 낚시 분야를 젊은 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어부는 커뮤니티 사이트, 인터넷 방송을 비롯해 축구,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인 만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낚시라는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렇다 보니 자막 역시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단순히 출연자의 말을 옮기는 수준에서 제작진의 개입, 나아가 CG 등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막 경쟁이 펼쳐진 것도 사실이다. 한 프로그램에서 처음 을 출연자의 얼굴로 대체해 자막을 만들자 너도 나도 유사한 자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점차 신조어를 남발하고 외래어를 섞어 자막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과도한 신조어로 인한 언어 파괴 뿐 아니라 무부별한 신조어 사용으로 인해 무례한 자막을 사용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또한 신조어는 세대간의 괴리감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어느 시대건 신조어로 인한 소통의 부재가 있어 왔다. 무분별한 신조어는 다양한 시청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구나 자막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주던 시기는 지났다. 독특함을 넘어 괴상한 자막이 시청률을 높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럴 때일수록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돌이켜 봐야할 때다
 
환불원정대 . 사진/MBC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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