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흥아해운…새주인 만나 정상화에 한발짝

STX 컨소시엄과 본계약…탱커 시황 반등이 관건

입력 : 2020-10-23 오전 6:05:16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견 해운사인 흥아해운(003280)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흥아해운의 주력사업인 케미컬탱커(석유화학제품운반선) 부문은 업계 최고의 영업력을 갖춘 만큼 시황 상승 여건만 받쳐주면 경영정상화는 문제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영악화로 지난 3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던 흥아해운이 경영정상화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흥아해운은 최근 STX컨소시엄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STX컨소시엄은 (주)STX의 자회사인 STX마린서비스, 사모펀드(PEF) 운영사 APC프라이빗에쿼티(PE)로 구성돼 있다. 
 
STX컨소시엄은 인수금액 1200억원 중 계약금 120억원을 선납했다. 향후 채무조정합의서 체결과 무상감자, 채권자협의회의 거래승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았다. 컨소시엄은 이 절차가 끝나면 선납한 1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을 납입하고 거래를 종결할 전망이다.  
 
STX는 에너지·원자재 수출업, 해운·물류사업 등을 영위하는 무역상사다. STX는 선박관리사 STX마린서비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해운사인 흥아해운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사진/흥아해운
 
우여곡절 끝에 새주인을 만났다. 흥아해운은 지난 1961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한일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를 개시하고 컨테이너선과 케미컬 탱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중견 선사로 성장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자사선(35척)과 용선(20척) 총 55척을 운영했으며 같은해 8000억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한때 선복량 기준으로 현대상선(현 HMM), 고려해운, SM상선, 장금상선에 이어 5위 해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선사간 치킨게임으로 선복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운임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흥아해운의 최근 5년여간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다. 2018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376억원을 냈고 작년에는 -469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그사이 부채비율은 크게 불어났다. 
 
작년에는 경영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컨테이너선 사업을 매각했다. 여기에 주력 존속사업 부문인 케미컬탱커 사업 장기화물계약(COA) 확대, 신규거래선 확보 및 항로별 운항효율성 증대 등에 나섰지만 결국 지난 3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도 매진했다. 작년 말 인천 CY(컨테이너 야적장)를 63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올 초 문정동 본사사옥을 162억원에 팔았다. 해외법인인 흥아물류유한공사, 흥아쉬핑(태국) 지분 각 100%, 49%도 처분했다. 최대 주주로 있는 산업용밸브 제조사 피케이밸브 보유주식 364만2640주를 STX컨소시엄에 179억9464만원에 처분했다. 지난 3월과 6월에는 케미컬탱커 한척씩 매각하며 선대 합리화도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을 감안하면 매각 작업 속도가 빠르다"며 "업계 입장에서도 흥아해운의 영업력과 선박 운항 노하우를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케미컬탱커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흥아해운이 현재 보유한 선대는 케미컬탱커는 총 15척이다. 선대 규모로는 전 세계 2위이며 매출로는 국내 1위에 올라 있다. 케미컬탱커 사업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로 압도적이다. 
 
다만 현재 케미컬탱커 시황이 위축된 상태다. 흥아해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탱커선 평균운임은 MT(중량톤)당 29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평균 운임인 32달러와 작년 30달러에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에 터진 코로나19 악재로 운송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일반적으로 케미컬탱커 시장의 성수기를 하반기로 보지만 올해는 성수기 덕을 보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흥아해운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통상 케미컬탱커 시장은 5~10년 단위의 장기운송 계약이 많지 않다. 단기 운송계약(스팟영업) 위주여서 무엇보다 영업력이 중요하다. 흥아해운은 화주의 유대관계가 잘 형성돼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미컬 시장은 해운업 중에서도 고객 관리가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며 "흥아해운은 시장에서 부각될 만한 충분한 영업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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