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컨테이너선 운임이 치솟고 있는데도 신조선 발주가 감감 무소식이다. 올해 전 세계 교역량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선사들이 일시적인 현상만 보고 발주하기엔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6일 기준 1448을 찍으며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746(10월18일) 대비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운임이 상승한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연말을 앞두고 소비가 증가했고 이를 운반할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지면서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운항 수요 증가에 계선율(운항하지 않고 육지에 정박 중인 선박)은 5월 270만TEU에서 43만TEU로 떨어졌지만 선박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치솟고 있는 대도 신조선 발주가 감감 무소식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운임 상승은 일단 선박 발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박 연료가격도 톤당 300달러대로 매우 낮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나온 컨테이너선 물량은 극히 적다. 9월까지 전 세계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 하락했다. 1만2000TEU급 이상은 7척만 발주되면서 41%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도 저조하다. 한국이 올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단 2척뿐이었다. 중견 조선소 대선조선이 국내 해운사 남성해운으로부터 따낸 1000TEU급 2척이 그것이다. 대형 조선사들은 올 들어 단 한척의 컨테이너선도 수주하지 못했고 수주량은 작년 9월과 비교했을 때 96%나 추락했다. 조선사들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계는 운임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조선을 발주하기엔 아직 시황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운임은 비정상적인 상태다. 오히려 너무 높은 운임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수출업체가 무역분쟁,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재고를 미리 쌓아 두려고 하면서 운송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재고 쌓기가 끝나면 운임 하락은 뻔하다"고 말했다.
세계 교역량 전망도 부정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올해 세계 교역량이 전년 대비 9.2%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엔 기저효과로 7.2%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황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조선업계는 컨테이너선 발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 하팍그로이드와 대만 에버그린마린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하팍로이드는 2만3000TEU급 6척, 에버그린마린은 1만5000TEU급 최대 10척 발주 계획을 세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팍로이드가 상반기에 선박을 발주하려다 한 차례 연기했던 만큼 더 늦기 전에 발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