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삽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날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데 합의하면서다.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 득표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최종 결정까지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막판까지 남미, 아시아 지역 국가에 대한 표심 잡기를 위한 총력 외교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EU 회원국들이 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오콘조이웰라 후보 지지를 결정한 것은 '아프리카' 대륙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다. 그간 EU는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주요 국제기구 선거에서 아프리카 출신 후보를 선호했었다. 앞서 EU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한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분석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 후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오른쪽). 사진/뉴시스
이에 유명희 본부장의 WTO 선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외교당국에 따르면 WTO 164개 회원국들을 상대로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진행 중인 최종 선호도 조사는 이날 마무리된다. 다음달 7일 전까지 회원국 간 의견 일치(컨센서스)가 도출되면 최종 WTO 사무총장 선출자가 결정된다.
유 본부장은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82표 과반을 넘겨야 한다. 현재 판세를 보면 EU회원국 27개국에 더해 43개 회원국이 포진한 아프리카 국가까지 감안하면 다수 표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일본과 중국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지지쪽으로 돌아섰다.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투표로 이어질 수 있지만, WTO 역사상 투표가 이뤄졌던 전례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제통상전문가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미국이 WTO 다자주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고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국가 총장에 대한 열망이 높고 유럽과 중국, 일본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지금만 놓고 본다면 유 본부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다만 오는 11월 3일 미 대선이라는 변수를 고려했을 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이겨 WTO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면 7일 최종 합의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흔들렸던 WTO의 위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회원국들의 결정을 돌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한국 기업들이 남미와 아시아에 다수 진출해 있고, 양자 FTA 체결 등을 통해 WTO 회원국 사이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신뢰가 쌓인 만큼 지지세 결집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부도 유 본부장 선출을 위한 총력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이집트, 인도, 덴마크, 카자흐스탄, 칠레까지 여덟 차례 정상 통화를 통해 지지를 요청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각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