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서 대수롭지 않은 손 떨림, 사실은 '위험신호'

뇌병변·내과질환 원인 다양…정확한 수전증 진단·치료 필요

입력 : 2020-11-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신체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떨림은 우리 몸의 가장 흔한 이상운동 증상으로 주로 손에 많이 나타난다. 손이 떨리는 모든 증상을 의미하는 '수전증'이 떨림 중에도 유독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이로 인해 손으로 할 수 있는 방대한 기능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수전증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흔한 증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형태와 양상은 모두 제 각각이다. 손을 들거나 물건을 잡으려 움직일 때 나타나는 '운동 시 떨림', 가만히 손을 내려놓고 쉬고 있을 때 떨리는 '안정 시 떨림', 물체를 잡기 직전에 손이 크게 떨리는 '말단성 떨림' 등으로 구분된다.
 
운동 시 손이 떨리는 대부분은 '본태성 떨림'인 경우가 많다. 본태성 떨림은 주로 컵을 들거나,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등 손을 움직이거나 자세를 취할 때 생기는 떨림이다. 본태성 떨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으나 약 50%의 환자가 가족력을 나타냄에 따라 유전적 영향이 높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본태성 떨림은 증상이 경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치 않은 양성 질환이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 떨림의 정도를 줄이는 대증적 치료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주로 약물치료가 진행되는데 교감신경에 대한 베타차단제가 주로 사용되며 항경련제, 향정신성 약물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약물요법을 최대한 적용했음에도 심한 떨림이 조절 되지 않을 경우에는 뇌의 시상핵 또는 담창구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는 신경외과학적으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전신마취가 필요한 개두술인 만큼 그 필요성과 위험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한다. 이 외에도 약물 부작용이나 갑상선항진증, 저혈당증과 같은 내과적 질환에서도 손떨림은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심한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 추운 날씨 또는 커피나 홍차를 많이 마신 후에 경험하는 운동 시 떨림은 전문용어로 '과장성 생리적 떨림'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해당 유발요인들만 피하면 증상을 상당히 경감시킬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손을 편안히 무릎에 올려놓거나 손을 쓰지 않고 걷고 있는 중에도 나타나는 안정 시 떨림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씨병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므로 즉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한다. 또 손떨림과 함께 어지러움, 발음장애, 보행이상 등의 다른 증상이 동반됐다면 소뇌 등의 뇌병변에 의한 증상일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한다.
 
김진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전증은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생활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가볍게 여기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며 "수전증은 뇌병변, 내과적 질환 및 약물 부작용 등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며, 합당한 치료를 받을 경우 수전증의 불편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수전증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흔한 증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형태와 양상은 모두 제 각각이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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