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LG화학(051910)이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을 확정하면서 향후 주가가 어떻게 형성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사업 쪼개기’를 추진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분사한 배터리 부문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LG화학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6.11% 급락한 61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민연금·개미들의 반대에도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확정한데 따른 여파다. 이날 LG화학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문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지사업부문은 오는 12월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전지 관련 사업 부문의 전문성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전문성 확보와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분할을 선택하는 상장사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기업분할 공시 건수는 모두 49건(비상장사 종속회사 분할건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37건)에 비해 32.4% 늘어난 규모다. 분할 방식은 모회사가 신설 법인의 주식을 100% 갖는 물적분할이 압도적이다.
다만 물적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들의 단기 주가는 부진한 상황이다.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소유함으로써 투자 유치나 지분 매각 등 주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신설법인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등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도 높은 까닭이다.
실제 LG화학의 주가는 분사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9월15일 72만600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5.8%나 빠졌다. SK텔레콤의 경우 물적분할을 공시한 10월16일 23만4500원이던 주가가 30일 21만4000원으로 떨어졌으며 지난달 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을 분사시킨
CJ ENM(035760)의 주가는 14만4200원(5일 종가)에서 8.8%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지만, 배당 등 주주가치제고 방안과 함께 향후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주가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최근 주가는 배터리 지분에 대한 희석 등으로 조정을 받고 있으나, (LG화학은) 향후 성장률이 큰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EV용 12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260GWh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팩토리를 신규로 증설하면서 생산성·안정성 향상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업사이드가 높다고 판단한다"며 "관건은 내년 화학 이익과 전기차(EV) 화재 불확실성 해소, 분할 이후 성장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분할 이후 LG화학이 공언했던 생명과학·첨단소재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결국 분할 이슈에 따른 주가 조정보다 향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사업 방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민연금이 LG화학 물적분할 반대 의견을 행사한 바 있어 지주 전환 및 분할을 앞둔 기업들의 변동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분할을 앞둔 기업의) 구체적인 사업 전략과 향후 배당 정책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주가 측면에서 보면 물적분할에 대한 시장반응 경험 등으로 다소 조정이 이뤄졌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이동통신이라는 핵심 사업에 비해 가치가 아직 크지 않은 모빌리티 사업의 물적분할 이라는 점에서 단기조정 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제는 (사업의) 중장기적인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총회 성립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