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에 나서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방식으로 대주주와 일반 주주들이 같은 비율로 책임을 지는 균등감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경영난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무리한 그룹 재건으로부터 비롯된 만큼 책임을 주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다음 달 14일 무상감자를 승인받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무상감자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의 3분의 1,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이번 감자는 3대 1 비율 방식으로, 쉽게 말해 액면가 5000원 보통주 3주는 1주로 병합된다. 무상감자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상이나 환급은 없다. 1억1162억원 규모인 자본금은 감자 후 3721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차익인 약 7441억원은 결손금 보전에 쓰일 예정이다. 즉 주주들의 투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단행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지난 6월 기준 대주주 금호산업이 30.77%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이 11.02%, 기타 소액주주들이 58.21%를 가지고 있다. 감자가 끝나면 금호산업은 6869만주에서 2289만주로, 금호석유화학은 2459만주에서 819만주로 주식이 줄어든다. 박삼구 전 회장은 1만주에서 3333주로 보유 주식이 변경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무상 균등감자를 추진하며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주총 통과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소액주주 돈을 강제로 착취해 아시아나항공 자본을 만드는 것"이라며 "무상 균등감자를 단행할 게 아니라 차등감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없는 사람들에게 충격적 내용이다"라며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 박삼구 대주주 채권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아시아나항공의 감자 결정에 대해 대책 회의를 열고 법적 대응 등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시 전까지도 균등감자에 반대하며 사장이 채권단에 직접 의견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균등감자 시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실패 책임을 나누는 결과가 돼 배임 소지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입을 모으면서 이번 무상감자는 금호산업 지분 약 31대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 지분을 합친 69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약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아 공식적인 의결권은 없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56.3%에 달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추가 자본 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해 무상감자를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차등감자가 아닌 균등감자를 추진한 것은 대주주 지분은 매각 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2019년 4월 매각 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거래 종결을 앞둔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