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스스로 위법을 저지른 방통위

입력 : 2020-11-06 오전 6: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0월 30일 MBN에 대해 6개월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MBN이 종합편성채널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저지른 600억원대의 자본금 불법 충당과 분식회계, 허위서류 제출에 대해 내린 징계처분이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정지 처분은 방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었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MBN에 내려져야 할 처분은 ‘승인취소’였다. 이 부분은 너무 명확해서 방송통신위원회에는 다른 처분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없었다. 차분하게 한번 내용을 짚어보자.
 
우선 MBN이 저지른 불법의 내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MBN을 운영하는 매일방송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을 승인받기 위해 자본금을 395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출자계획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MBN은 유상증자하는 과정에서 외부투자금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그래서 약속한 자본금을 채우지 못할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MBN은 종편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MBN은 600억원대의 회사자금을 동원해서 임직원들 명의를 빌려 주식을 취득했다. 회사자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숨기기 위해서 2011년 재무제표부터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600억원의 돈이 실제로는 회사로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돈이 들어온 것처럼 재무제표를 조작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MBN은 종편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과 2017년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허위자료를 제출했다. 이러한 분식회계가 최근 회계 감독 당국에 의해 적발될 때까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완전히 속고 있었다.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행정처분도 받아야 한다. 최초 승인부터 정부 기관을 속여서 받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방송법과 그 시행령에서는 어떻게 하도록 돼 있을까? 방송법 제18조 제1항을 보면, MBN처럼 '거짓이나 그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승인취소,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보다 구체적인 행정처분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 법을 위반한 정도에 따라서 일종의 ‘양형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행정처분기준을 정한 방송법 시행령 별표 1의2를 보면, MBN처럼 ‘허위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는 승인취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처분을 보다 가볍게 할 수 있는 ‘감경 사유’도 있지만, MBN에 해당할 수 있는 사유는 없다. 오히려 ‘위반행위가 고의에 의한 경우’에는 가중해서 행정처분을 하도록 하는 내용만 시행령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취소를 하지 않고, 6개월 업무정지를 내린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진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년간 방송사업을 해 온 점’, ‘협력업체와 시청자의 피해’, ‘고용문제’ 등을 감경 사유로 언급했지만, 방송법 시행령 별표에서는 그런 종류의 감경 사유를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시행령을 무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방송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고,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친 것이다. 그러니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시행령을 따를 의무가 있고, 이것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제멋대로 대통령령을 위반한 것이다.
 
게다가 협력업체, 시청자, 노동자를 생각하더라도, 6개월 업무정지는 답이 아니다. 6개월 동안 아예 방송을 못 하게 되면, 광고 등 매출도 크게 줄게 된다. 당연히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은 경제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청자들의 시청권도 침해받게 된다.
 
그래서 업무정지는 장대환 회장 등 매경미디어 그룹이 MBN을 계속 지배하는 데에만 좋을 뿐, 그 누구에게도 좋은 처분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승인취소를 하더라도 1년간 방송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방송법 제15조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1년간 불법을 저지른 지배주주를 교체하고 다른 주체가 사업을 승계하도록 하면 된다. 이 방법이 방송법이 예정하고 있는 해법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위법한 행정처분을 함으로써, 오히려 협력업체, 노동자, 시청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됐다. 그리고 방송법과 그 시행령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 역사적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잘못을 반성하고 시정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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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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