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캐스팅보트' 쥔 변협회장

뚜껑 열린 후보군, 여당 후보들 '밋밋'…'야당 비토' 견제 더 어려워져
당연직 중 유일한 민간단체장…추천 후보들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강해

입력 : 2020-11-10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가 10일 후보군 명단을 발표했다. 추천위는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가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연직 추천위원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주목되고 있다.
 
 
 
추천위가 이날 공식 발표한 후보군을 보면, 검사 출신 후보가 11명 중 7명으로 과반수를 넘는다. 대법관급까지 거론됐던 법관 출신 중심 후보군 구성에 대한 전망이 빗겨간 것이다.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중량감 있는 법관 출신 인사들이 모두 후보 추천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한 추천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보 추천 동의를 받는 것 조차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당연직 위원들은 물론, 여야 추천위원들도 같은 말을 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막상 뚜껑이 열린 후보군 면면도 의외의 인물이 많다는 것이 법조계 반응이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은 '비검찰· 여성' 후보라는 점이 눈에 띄지만 수사 전문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관 재직시 내린 판결 상당 부분도 민사나 상사, 노무사건이 많다.
   
여당은 법관 출신인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와 전종민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권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사를 역임했으며, 창원지법 전주지원 판사 시절 '국회·법원 100m 이내 집회금지'에 대한 위헌제청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 보다는 지적재산권이나 기업사건 전문가로 통한다. 춘천지법·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대리인단 중 한명이었다. 역시 수사실무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과거 특별검사팀에서 근무한 한 중견 변호사는 "공수처라는 수사기관 특성만 두고 본다면 정부·여당 측 후보들이 다소 약하다. 야당에 오히려 빌미를 주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까지 검사 출신인 최운식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를 추천하면서 '반검찰'이라는 정부·여당 기조와 다른 패를 내놨다. 
 
여권의 한 법조계 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추천된 후보군을 보면, 야당 비토권을 견제하기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을 얻어야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 결정할 수 있는데 여권 후보를 강하게 제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계에 몸담고 있는 또 다른 법조인은 "여야 후보 결정이 끝까지 쉽지 않다면 결국 변협회장이 추천한 후보 중 최소 1명이 최종후보 중 1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연직 추천위원 중 유일한 민간단체인 대한변협은 중립적이면서도 유동적 위치로 분류된다. 여야 모두 변협회장에 대한 포섭이 불가피하다.
 
이찬희 협회장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 등 3명을 추천했다. 이 부위원장은 대검 공판송무부장(검사장), 한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적이 있으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들이다. 여야에서도 큰 반발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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