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밑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15일 투자은행 업계(IB)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채권은행이다.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무산된 후 아시아나항공은 모기업인 금호산업의 품을 떠나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현금도 바닥이 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갑작스레 등판하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전쟁의 장이 될 한진칼 주총이 다가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이 회장이 경영권 전쟁을 대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특히 인수 방식으로 한진칼을 사이에 끼는 다소 복잡한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현재 유력하게 언급되는 건 한진칼이 산업은행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는 방식이다. 이후 대한항공이 다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대한항공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에 바로 자금을 대지 않고 한진칼을 한번 거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한진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조 회장이든 KCGI 연합이든 한진칼의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하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와 특수 관계인, 우호 세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41.4%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CGI 연합은 46.71% 가지고 있다. 지분율 변동이 없다면 내년 주총에서는 KCGI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셈이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조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뉴시스
다만 KCGI 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하고 있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KCGI는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채권단과 당국에 이번 인수 관련 내용을 최대주주인 자신들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족이 되면 국내 항공 시장이 독과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진 계열사인 대한항공·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합산 국제선 점유율은 외국 항공사를 제외할 경우 73.1%에 달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