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맹공'…공룡 조선사도 먹잇감 되다

투자금지 기업에 중국조선그룹 포함

입력 : 2020-11-18 오후 4:25:59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의 공룡 조선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먹잇감이 됐다. 임기를 두달여 남긴 가운데 중국조선그룹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며 '중국 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과 개인의 투자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국방부가 '중국 공산 군기업'으로 선정한 31개 기업이 행정명령 대상이다. 
 
행정명령은 내년 1월11일 발효한다. 미국 투자자는 해당 기업에 노출되거나 해당 기업에 기인한 어떠한 증권도 소유하거나 거래해서는 안된다. 미국 투자자나 투자 기관은 내년 11월11일까지 주식 처분 등 모든 투자를 청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중국 압박을 더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투자자들을 이용해 자국 군사의 발전과 현대화를 위한 자금을 댄다"고 비판했다. 
 
작년 말 개최된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 창립총회 모습. 사진/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 홈페이지.
 
중국 공산 군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는 중국 대형 국영 항공우주 및 건설사,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세계 최대 폐쇄회로(CC)TV 카메라 업체 하이크비전, 그리고 중국 최대 조선그룹 등이 포함됐다. 
 
명단에는 중국조선공업그룹(CSSC)과 중국조선중공그룹(CSIC)이 함께 올랐다. 두개 그룹은 지난해 합병해 중국조선그룹유한공사(CSSC)라는 공룡 조선사로 탄생했다. 중국조선그룹은 산하에 147개 연구기관과 사업 부문, 상장기업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조선사다. 직원 수는 31만명에 달하며 총 자산 규모는 1120억달러(132조원)로 알려졌다. 
 
중국조선그룹은 세계 최대 조선사인 만큼 건조 제품군도 다양하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및 방산용 군함 등 전 선종에 걸쳐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함정의 주요 장비와 시스템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조선그룹을 명단에 넣은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조선그룹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남중국해 인공섬의 건설과 군사화에 관여한 24개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여기엔 중국조선그룹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수출하려면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미국 제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다. 또 관련 개인과 그 가족은 미국 입국도 금지된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제재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반응을 보인다. 미국이 압박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언론 국제선박망은 현지 조선사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조선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사이자 중국의 방위산업을 지원한다"며 "국방예산은 중국 정부의 자금이고 핵심 장비도 국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조치가 중국조선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국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신은 "트럼프 임기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아 제재에 대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중국에 대한 태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홍콩 앰플금융그룹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제품 수출 금지 조치도 효과를 볼지 의문이다. 통상 조선사들은 조선·해양 핵심 기자재 대부분을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 제품 수입 비중이 낮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선박 관련 기자재를 유럽이나 한국에서 수입한다"며 "그렇다고 미국이 선박을 많이 발주하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고객사도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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