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 일선 검사들 반발 '봇물'

"이전 집권세력과 다른가?", "부당한 지시 거부하자", "폭거, 역사 앞에 고발할 것"

입력 : 2020-11-25 오전 11:50:0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를 명령에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상급자의 지시라 하더라도 그 지시가 부당한지 아닌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논의한 후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후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사를 최대한 설득하고, 만약 설득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장관의 조처는 정권에 협력하는 이른바 '정치 검사'가 제공한 의혹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장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징계 사유로 거론한 몇 개의 의혹을 보니 그 출처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하실 수 있었겠나. 결국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 검사(시즌2), 그리고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전 정권에서 정권 주변부를 기웃거리거나 보신에만 열중하던 분들이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검찰 개혁의 화신이 돼 모든 요직을 다 차지하시고, 온갖 막가파식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그분들의 변신도 놀랍고, 그런 분들을 요직에 중용하시는 분들의 판단력도 놀랍다"고 지적했다. 
 
김경목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지난 24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한 것은 '소위 집권 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직무 정지시킬(내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는 글을 남겼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가 이전 집권 세력이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것인가"라며 "훗날 다른 세력이 집권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오늘의 '선례'와 같은 일을 하면 오늘의 법무부 장관은 그에 대해 '수사는 민주적 통제를 받는 영역이므로 이는 적법·타당하다'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도 같은 날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 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란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현재 문제시하고 있는 사건들을 객관적이기보다는 일부러 과하다고 부정적인 언어들로 포장해 발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결국 모든 것은 역사와 국민이 심판할 것"이란 댓글이 달렸다.
 
이와 함께 "장관의 일련의 조치들에 이견이 있는 것이지 총장을 옹호한다든지, 검찰 개혁에 반발한다든지, 검찰의 과거에 반성하지 않는다는 취지는 절대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란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앞서 추 장관은 24일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이에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오늘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 사실 △총장 대면조사 협조 의무 위반과 감찰 방해 사실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지 않은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