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사유 중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이른바 '주요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에 대한 법리를 검토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검사가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보고했지만 묵살당한 채 징계청구 및 수사의뢰가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이정화 검사가 29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 이 검사는 이른바 '주요 재판부 문건'이 죄가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감찰담당관실 검사들과 추가 검토한 뒤 이를 박은점 감찰담당관에게 보고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폭로했다. 사진/이프로스 화면 캡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 근무 중인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글에서 "문건을 접수하고 처음으로 법리검토를 시작해 그후 한 차례 수정할 때까지 감찰담당관실에서 확인한 내용은 문건의 전달 경로가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여부에 대해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법리검토 내용은 이와 같았지만 문건 작성자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의야기 법관리스트' 부분은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내용이고 어떠한 경위로 그러한 내용을 지득했닌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2020년 11월24일경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했고, 그 후 갑작스럽게 (윤 총장에 대한)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성상욱 부장님이 검사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는데,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만 제 추정과 달랐고 대부분 내용이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성 부장검사는 2020년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해당문건을 직접 작성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5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해당 문건은 정당한 직무범위 내에서 작성한 공판검사들을 위한 정보메모라고 밝혔다.
이 검사는 "급기야 그 다음날(25일)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청구 결정에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가 이뤄졌다"면서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된 사실과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에 비춰 볼 때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면서 "당초 파견 명령을 받아 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제가 가졌던 기대, 즉 법률가로서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끔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