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어온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중동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암살당한 이란 핵무기 개발계획 선구자인 모센 파크리자데(59). 사진/AP통신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파크리자데를 제거한 것은 중동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됐다”며 “핵무기를 만들려고 적극 나선 사람은 누구나 사형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코헨 장관의 발언은 최근 암살 사건의 보복을 시사한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이란 국방부 연구·혁신 기구 수장이자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는 수도 테헤란 인근의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아 숨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 등 핵 개발을 상당부분 중단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이란핵협정(JCPOA)에 합의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이를 탈퇴했고 이란도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으로 바이든 당선인의 중동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자시절부터 이란핵협정 복원을 공약했지만, 이스라엘은 줄곧 반대 의사를 비쳐왔다. 만약 이란이 극단적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은 군사적 대치 상황에 트럼프 행정부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불안정한 중동 정세는 이란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사회도 이란 핵 과학자 암살 사건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우리는 암살 또는 초법적 살해를 규탄한다"면서 모든 당사국에 충돌 자제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암살은 범죄 행위이자 인권 존중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