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법원이 사모펀드(PEF)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는 이번 인수를 통해 조 회장이 우호 지분을 획득하게 되자 이를 반대하며 법원에 이런 가처분을 신청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전 판례를 볼 때 KCGI가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KDB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내세운 '항공업 재편' 명분을 인정해 기각 판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KCGI) 3자연합도 책임 있는 주주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일 법원이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사진/뉴시스
이로써 한진칼은 계획대로 오는 2일 산은에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무기명식 사모교환사채 3000억원도 추가로 발행해 산은으로부터 모두 8000억원의 인수 자금을 수혈받는다. 8000억원은 대한항공에 곧바로 대여 형식으로 지급한다. 대한항공은 이중 3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3월 중 2조5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 1조8000억원을 마련한다. 이후 기업결합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6월까지 인수 일정을 모두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모든 절차가 끝난 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형식이 될 전망이다.
합병한 두 항공사 규모는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두 항공사 합산 매출은 20조원에 육박한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64대, 아시아나항공은 79대로 합치면 243대로 늘어난다. 에어프랑스(220여대)와 루프트한자(280여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넘었지만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업계 특성상 항공사들은 인수·합병(M&A) 시 영업하는 해외 국가에서도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2011년 그리스가 자국 1·2위 항공사 합병을 시도했을 때 그리스 항공 시장의 90%를 독과점하게 된다며 승인하지 않은 전례가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07년에도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
아울러 오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번 인수로 경영권 전쟁에서 불리해진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주연합이 계속해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추가 소송을 걸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기업결합 심사나 KCGI 연합의 추가 소송을 통해 이번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