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섰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9일 본회의에 상정 돼 최종 통과되면 공수처의 연내 출범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24년 만이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여당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전체회의에서는 야당의 반발 속에 기립 표결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조정위원회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며 극렬하게 반발했지만 법사위 소속 과반 의원의 기립 표결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어선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현재 추천위원 7명 중 6명에서 5명(전체 재적위원 중 3분의2에 해당)으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현재 야당 추천위원 2인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방안이다.
또 교섭단체가 후보추천위 구성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천기한을 10일로 정했다. 기한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한다.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도 완화됐다. 현행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는 '변호사 자격 7년 이상 보유'로 수정됐으며 '재판·수사·조사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의 조건은 삭제됐다.
민주당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함께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국민의힘은 "법치 유린 사태가 일어났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여당 간사의 의사 진행을 막아서고 의사봉을 빼앗아 의결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개정안은 통과됐다. 이에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더이상의 법사위는 없다"며 모두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저지를 위해 철야농성과 더불어 본회의 무제한 토론을 이어갈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을 또다시 절차를 위반해가며 또 바꾸고 통과시키는 걸 똑똑히 봤다"면서 "민주당과 청와대는 지금 회심의 미소를 짓겠지만 우리 국민은 개, 돼지, 바보가 아니다. 정권은 폭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걸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9일 예정된 본회의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등 원내투쟁을 통해 저지된다면 민주당은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해 무리없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넘어서면 민주당은 곧바로 공수처장추천위원회를 소집해 공수처 연내 출범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