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정부가 동남아 시장에서 효율적인 선대 운영을 목적으로 'K-얼라이언스(해운동맹)'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적선사간 협력을 통해 공동 운항 서비스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적선사는 K-얼라이언스 가입시 동남아 시장 질서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부 눈치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오는 11일까지 국내 선사들로부터 K-얼라이언스 가입 신청을 받는다.
해수부는 동남아 항로를 운항 중인 국적선사간 얼라이언스를 맺고 효율적인 선대 운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HMM(011200)이 세계 3대 해운 동맹인 '디 얼라이언스'를 통해 해외 선사와 항로 및 선복을 공유하는 것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운항 항로가 동남아 시장에 한정돼 있고 국적선사간의 협력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형 얼라이언스 구축으로 △선대 및 항로 최적화를 통한 과당경쟁 해소 △저비용·고효율 선대 확충을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 △협력 모델 운영을 위한 소요자금 및 필수 영업자산 확보 등 지원 △글로벌 선사와 경쟁 가능한 선대 및 항로 경쟁력 확보 등의 청사진을 그렸다.
정부가 동남아 시장에서 효율적인 선대 운영을 목적으로 'K-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진/HMM
그러나 일부 국적선사는 K-얼라이언스가 달갑지 않다. 컨테이너선사는 국적 원양선사 HMM과 미주항로를 운영하는 SM상선이 있고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라인은 인트라 아시아 항로를 주축으로 인도, 말레이사아, 싱가포르까지 서비스한다. 그외 남성해운, 청경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등은 태국, 베트남을 주력으로 한다.
이들은 주력 노선과 선대 규모가 다른 만큼 터미널, 영업 등 네트워크도 차별된다. K-얼라이언스에 가입할 경우 그간 동남아 시장을 주력으로 한 국적선사가 애써 일궈온 해운·물류 네트워크를 신규 진출 선사에 그대로 내주는 꼴이 된다. 게다가 동남아 주력 선사는 이미 국내·외 선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운항 중이다. 기존 얼라이언스를 깨고 K-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 시장 질서가 훼손될 수도 있다.
국적선사간의 협력도 실제로 효과를 볼 지 미지수다. 정부는 'K'-얼라이언스라고 이름 붙이고 국적선사 중심의 선대를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해운업이 글로벌 서비스인 점을 간과하고 있다. HMM도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해외 선사들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런데 국적선사끼리 얼라이언스를 맺으면 결국 폐쇄적으로 운영될 것이란 분석이다.
선사 한 관계자는 "그저 경제논리로만 따지고 있다. 선사를 하나로 뭉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잘못됐다"며 "각 항로가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건 지원방안도 선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해수부는 △신조선 공동발주 △컨 박스 리스지원 △금융비용 인하 △통합 IT 시스템 구축 지원 △비상시 공동대응 자금 지원 △전문법인 등 설립비용 지원 등을 참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K-얼라이언스 들어갈 경우 선사가 얻는 메리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해진공을 통해 발주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시중 은행과 비교해 금리가 눈에 띄게 저렴한 것도 아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렇다 보니 국적선사들은 K-얼라이언스 가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다수의 선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치열한 눈치보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 결정이야 각 사가 하는 거지만 정부가 판을 깐 만큼 눈치를 안볼 수 없다"며 "K-얼라이언스에 들어가지니 기대효과가 없고 안들어가자니 찝찝한 맘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