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다시 한번 발표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11일 새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소송은 이달 출범한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승계했다.
ITC는 지난 2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예비 판결을 내렸다. 최종 판결은 당초 지난 10월 5일에 내리기로 했지만 26일로 연기된 후 이달 10일로 다시 한번 미뤄졌다.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됐지만 업계에서는 ITC가 또 한번 소송을 미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ITC 또한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세 차례나 밀린 바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01만909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누적 확진자가 1400만명을 넘긴 후 닷새 만에 신규 감염자가 100만명 더 발생한 심각한 상황인 셈이다.
다만 연기 이유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해석은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보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제출한 자료가 방대한 만큼 이를 재검토하기 위해 미루는 것이라며 판결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ITC는 소송들의 판결을 미루며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ITC는 10일(현지시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내린다. 사진/뉴시스
만약 최종 판결이 밀리면 양사는 합의를 위한 협상의 시간을 벌게 된다. 두 회사는 현재 협상에 진전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물밑 대화가 계속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영업비밀 침해 행위가 있었던 만큼 조 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1조원 중반대로 합의금 규모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두 회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최종 판결이 미뤄지더라도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결정이 뒤집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례로 볼 때 ITC가 예비 결정을 번복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는 배터리 셀과 부품을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에 민감한 미국 정부가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번 최종 판결은 두 회사가 미국과 국내에서 진행 중인 다른 배터리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특허침해와 소 취하 등 6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소송들도 영업비밀 침해 건과 마찬가지로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LG화학이 미국 ITC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경우 10일부터 이틀간 화상으로 청문회를 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