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연속 600명대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K방역에 대한 긍정 평가가 한달 새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의 잦은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른 혼선과 백신 물량 확보 지연 등의 요인도 부정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한국갤럽
11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은 56%로 지난달(72%)에 비해 1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K방역에 대한 평가는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신천지 대구사태'로 인한 1차 대유행 발생 당시 정부 대응 긍정 평가는 41%에 그쳤다. 이후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역의 고삐를 죈 결과 5월 일일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자 정부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는 8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8월·9월의 방역당국에 대한 긍정 평가는 67%로 떨어졌다.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높이면서 확산세가 다소 줄어들자 10월과 11월은 다시 70%대로 반등했지만, 3차 대유행과 맞물려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의 방역 지침 세분화로 지자체별 거리두기 단계 적용에 혼선이 빚어지는 점도 K방역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일 거리두기 단계를 기존 3단계에서 총 5단계로 나눴다. 이후 지난달 24일 수도권 2단계를 발령한지 일주일만에 '2단계+α'라는 지침에 없는 변칙을 내놨다. 지난 5일 서울시는 '오후 9시 이후 서울 멈춤'이라는 자체 방안도 내놨다.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대책이 오히려 거리두기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주요국들이 백신 확보를 위한 전쟁에 돌입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는 선구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부정 평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백신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는 내년 상반기 쯤 접종에 돌입할 계획이나, 영국은 지난 8일부터 이미 시작했고, 미국은 다음부터 백신접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유일하게 계약을 완료한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추후 백신 공급 부족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자 수 급증에 따라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방역 관련 평가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일일 신규확진자 수는 500명대를 넘어 700명에 육박하고 가운데 내주에는 900~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금의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다음은 사회활동의 '전면제한'을 뜻하는 3단계로의 상향조정 외에는 다른 선택 방법이 없다"며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사회·경제적 피해를 남기게 되는데 지금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거리두기 노력에 최선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