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관피아 꼬리표' 넘어서길

입력 : 2020-12-22 오전 6:00:00
증권팀 백아란기자
‘관피아.’ 관료와 이탈리아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직을 퇴직한 사람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 학연·지연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도 관피아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으로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선임된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정지원 전 거래소 이사장 후임을 선임하기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구성했지만 공모 절차가 늦어지면서 고위 금융관료 출신을 내려 보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후추위의 단독 추대를 받아 제7대 이사장에 오르는 손병두 신임 이사장 역시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실과 금융위 금융정챙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손 신임 이사장이 정부와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문제는 한국거래소의 관피아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그동안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료출신이 주로 맡았다. 역대 이사장을 살펴보면 지난 2005년 통합 이후 재임한 이사장 가운데 민간출신은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이 유일하다. 지난 2015년 공공기관 '딱지'를 떼고 민간기업으로 전환했지만 관료 색깔을 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가 관피아 논란에서 벗어나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 기관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손 신임 이사장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 특히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경신함에 따라 증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국거래소는 증권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내년 3월부터 재개될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제도 정비와 시장 진입·퇴출심사 기능강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 규율 회복, 파생상품시장 확대와 대체거래소 도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도 신임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매번 되풀이되는 낙하산 논란을 예방하기 위한 임원 공모 과정의 형평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손 이사장은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육성 △공정한 자본시장 구축 △시장 인프라 선진화 및 글로벌화 추진 △한국거래소 경쟁력 강화를 주력 과제로 꼽으며 "기업의 혁신과 도전을 선도하고, 신뢰받는 공정한 자본시장을 구현하겠다"고 피력했다.
 
출항에 나선 손병두호(號)가 관피아 논란을 딛고 ‘시장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길 바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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