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패권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개발전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기존에는 한·중·일 3국이 주로 경쟁했다면 최근에는 미국 등 다른 국가 업체들까지 두각을 드러내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미국 배터리 업체 퀸텀스케이프 주가는 전날보다 38.75% 오른 131.6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석달 새 400% 이상 폭등했다. 특히 애플의 '아이카' 소식이 나온 21일 이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틀 동안 7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미국 경쟁자 등장에 긴장하는 '한·중·일'
그동안 세계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이 이끌어왔다.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LG화학)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이 시장을 크게 나누고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국 업체들이 뒤따르는 구조였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대전환하고 이에 따라 배터리의 몸값도 뛰면서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의 업체들까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퀸텀스케이프는 설립된 지 10년 된 업체로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독일 폭스바겐의 투자를 받았다.
이 업체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지난 8일 발표에서 성능을 입증하며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전해질이 고체로 된 형태로 기존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전해질이 액체인 배터리의 경우 고온에서 가스로 변해 폭발할 위험이 있지만 고체는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퀸텀스케이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한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는 15분 충전으로 배터리 셀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전기차의 경우 급속 충전 기준 약 1시간이 걸린다.
아울러 사용과 충전을 800번 반복한 뒤에도 배터리 성능이 80%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명은 12년에 달한다.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약 483km다. 시중에 나온 전기차들의 경우 350~400km 수준이다.
다만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 생산해야 하는 등 양산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고순도 원료가 필요해 생산 단가가 높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양산 경험이 없는 퀸텀스케이프가 실제 배터리를 생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사진/토요타
치고 나간 토요타…삼성SDI 2027년 양산 계획
퀸텀스케이프가 미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가운데 일본 토요타도 최근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토요타의 제품은 1회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고 완전히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로 알려졌다.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까지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토요타는 내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시제품을 선보인 후 2020년대 초반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도 2030년 전에 차세대 배터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건 삼성SDI다.
삼성SDI는 지난 5월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하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 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을 대상으로 검증을 마친 뒤 2027년 전기차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8~2030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라이벌 CATL도 최근 대만의 폭스콘과 손잡고 2024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2025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전지의 2차전지 시장 침투율은 2021년 1.2%에서 2030년 3.8%로 확대될 전망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