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민원신고를 받은 공무원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도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충남 보령시 건축허가 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2017년, 관할지역에서 증축 중이던 축분장과 관련해 "설계도와 달리 시공되고 있고, 건축주가 축분장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민원을 4차례에 걸쳐 받았다.
민원인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민원을 뒷받침할 사진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했고, A씨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증축설계를 담당한 현장 민간사무소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위법사실을 확인·조치해달라고 요구하고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민원인은 A씨를 고발했고 결국 검찰은 직무유기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민원인이 제출한 현장사진과 도면 등으로 축분장이 설계도면과 달리 시공되고 있음을 확인했거나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인사발령으로 전보되기 전 후임자에게도 인수인계를 적절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자신의 직무를 저버린 행위로서 건축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원을 접수한 뒤 조속하게 현장 확인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원 접수시기가 인사이동과 맞물려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한이 넉넉하지 않았던 점, 증축설계를 담당한 현장 사무소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위법사실을 확인·조치해달라고 요구한 점 등을 종합하면 민원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의식적으로 관련 업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항소심을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