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으로서는 자의든 타의든 '패장'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됐다.
추 장관은 올해 1월3일 취임사에서 "검찰은 개혁의 대상 아닌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에서는 검찰을 척결의 대상으로 뒀다. 윤 총장에 대한 집요한 저격은 검찰개혁의 정체성 마저 흔들리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윤 총장 사퇴를 검찰개혁의 완수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이 취임 3일 뒤인 올해 1월6일 점심식사를 위해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같은 시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 홍순욱)의 이날 결정으로, 추 장관 측에서는 재항고라는 불복의 수단과 본안소송의 기회가 있지만 윤 총장의 남아 있는 임기와 견줘보면 실익이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추 장관의 징계의결 제청을 재가했을 때 청와대는 검사징계법상 대통령의 재량이 없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 측도 징계의결 전 입장에서 선회 해 심문 전 '문 대통령과 검찰에 대응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논리적으로 추 장관이 고립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탄절 연휴 중 출근해 직무에 복귀하는 윤 총장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징계청구에 이은 직무배제, 직무복귀, 정직 과정에서 흐트러진 내부를 추스르는 것이 윤 총장의 당면과제"라고 했다.
또 다른 고위 검찰 출신 법조인은 "윤 총장이 현안 수사에 대해서도 템포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대전지검의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은폐 의혹' 수사도 감사원 고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종료될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출혈이 너무 컸다. 윤 총장과 검찰로서는 검찰개혁 막바지를 진행 중인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인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전날 월성1호기 감사자료 삭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전 산업통상자원부 A국장과 B서기관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감사방해)로 구속기소하고, C과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속되기 전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이른바 '윗선'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은 아직 이들을 불러 조사하지 않고 있다.
윤 총장과 검찰 내부가 정상궤도로 돌아오면 곧바로 개정 형사소송법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이 시행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법 시행에 대한 세칙과 가이드라인이 완성되고 시뮬레이션까지 끝났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당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새 형사소송법 시행에 대한 준비와 연착륙 노력이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새 법무부장관 인선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 장관이 본인 발표대로 사퇴한다면, 당장은 이용구 차관 권한대행이 유지되겠지만 검찰개혁 원년의 법무·검찰의 파트너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차관은 윤 총장 징계심의 당시 징계위원으로, 윤 총장 측으로부터 기피신청을 받았으나 징계의결에까지 참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