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은행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0%대 예금 상품 등장이 첫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0%대로 인하했다. 경북 포항 소재 대아저축은행은 6개월 만기 예금 금리 상품을 역대 최저인 0.7%로 낮췄다. 이는 당시 시중은행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포항에 위치한 대원저축은행도 예금 금리를 0.7%로 하향했으며, 부산 소재 국제저축은행도 1%로 정기예금 상품 이율을 조정했다.
뒤이어 '금리 역전'이라는 기현상이 또 벌어졌다. 지방 저축은행들은 단기 상품에 이어 장기 예금 상품 금리도 손보기 시작했다. 만기가 긴 2년짜리 예금 상품 금리를 1년 상품보다 더 낮췄다. 실제 호남 소재 더블저축은행의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75%로, 만기 1년짜리 상품보다 오히려 0.35%포인트 낮다. 대원·대아저축은행 역시 2년 만기 상품 이율을 만기 1년 상품보다 0.1%포인트 인하했다.
같은 시기에 수도권 주요 저축은행은 정확히 반대 전략을 취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오히려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높였다. 지금도 2% 수준에 가까운 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해늘 넘어선 새해 특판 상품을 취급하는 곳도 등장했다.
저축은행 간 상반된 행보는 지방 은행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통상 저축은행은 수신 자금을 모아 대출 영업에 사용한다. 지방 은행들은 대출 영업이 어려워지자 수신 상품 취급을 선제적으로 줄이고 있다. 업계에선 지방 저축은행이 사실상 영업이 마비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경제다. 지역 금융사인 저축은행이 자금 공급 역할을 멈추면 지역 경제에 위기가 찾아온다. 자금 충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 경제 주체들은 타격을 그대로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 여파는 주변으로 더 퍼지기도 한다.
저축은행 간 격차가 보다 확대되기 전 대안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 활성화를 위한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를 내놓기로 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물론 선급한 규제 완화는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을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로 장기화로 기업 경기가 자생력을 잃기 전에는 반드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