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얼리어답터·트렌드세터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스타그램을 넘어 유튜브로도 영토를 넓히며 톡톡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 이마트 공식 유튜브 계정 '이마트LIVE'에는 정 부회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YJ로그'라는 별도 분류가 만들어지면서 향후 유튜버로 변모한 정 부회장의 일상 속 모습을 추가로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지난 11일 공개된 영상은 지난달 17일 이마트LIVE가 업로드한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의 촬영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날 처음 선보인 'YJ로그'는 정 부회장이 해남읍 5일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호떡을 사서 스태프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담겼다.
배추로 "배고파, 추워"라는 2행시를 짓는가 하면, 한 상인이 '뭐 하는 분이냐'고 묻자 "장사한다"고 답했다. '소탈한 재벌' 이미지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 이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그로서리)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YJ로그'는 계속 올라올 예정이지만, 정기적인 촬영 계획은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마트LIVE가 공개한 YJ로그. 출처/이마트 유튜브 채널
실제로 '정용진 브랜드'는 그룹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촬영 뒷이야기에 앞서 지난해 12월17일 공개된 영상은 128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영상 공개 뒤 이마트 배추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스타벅스 공식 유튜브 채널인 '스벅TV'에 출연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소개한 '나이트 콜드 브루' 역시 영상이 공개된 뒤 2주간 판매량이 2.5배 늘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신세계조선호텔의 대표메뉴 밀키트인 '조선호텔 삼선짬뽕'은 완판 행진을 이어갔고, 삼선짜장도 출시 한 달여 만에 2만개가 넘게 팔렸다.
정 부회장의 이미지로 매출 상승이 직결되는 효과를 얻는 데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SNS 소통을 해왔던 게 주요하다. 실제로 그의 SNS에는 자신의 새해 신년사 스틸컷을 올리며 '새해썰'이라고 하거나 '다크써클이 심하다', '문어와 LA갈비를 먹었다'처럼 일상을 필터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스타그램과 관련해 홍보실과 협의를 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가 각 기업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진화하면서 재계 전반에 PI마케팅이 확산하는 추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쿡방(요리방송) 유튜버'로 변신해 그룹 직원들에게 육개장을 만들어 대접하고, 사내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라면 먹방'도 찍었다.
다만, 기업 총수들의 적극적인 유튜버로서의 행보나 SNS 소통은 구설수에 휘말려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관 방문 후기를 남겼는데, 일부 누리꾼은 코로나 재확산 시기에 부적절하고 영화 상영 도중 촬영은 금지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트위터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골목상권 침해 등의 이슈를 놓고 타 기업과 대표와 논쟁을 벌여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이미지는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통해 대중을 소비자로 유입시키는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다"라면서도 "역풍에 휘말릴 위험성도 공존한다"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사진. 출처/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