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소송이 햇수로 3년째 이어지면서 양사 모두에 출혈이 큰 만큼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기되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LGES가 ITC 조기 판결을 근거로 막대한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터무니없는 제안에 결코 응할 수 없다며 끝까지 가보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전통강자 LGES과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관련 ITC 최종 판결이 내달 10일 나온다.
앞서 ITC는 지난해 2월 LGES의 모기업
LG화학(051910)이 2019년 4월 제기한 이번 소송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이메일 삭제 등 증거 훼손을 문제 삼아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정이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돼 현지 공장 가동에 심각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양사 모두는 합리적인 제안이 있다면 합의로 종결하는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ES는 최소 3조~최대 10조 가까이에 이르는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수 백억~수 천억원대 합의금을 염두에 두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송과 관련해 LGES는 ITC의 조기패소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LGES 관계자는 "전례상 ITC가 예비판정과 다른 최종 결정을 내린 사례는 드물었다"면서 "자사는 배터리 사업에서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반면 SK이노베이션측은 ITC가 최종 결정을 세 차례 연기하면서 숙고하고 있는 만큼 최종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ES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합의금도 합리적 수준에서 이끌어 낼 수 있을 텐데, 예비판결 결과가 그대로 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는 상황이라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CT 최종 판결에 앞서 LGES와 SK이노베이션간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미 특허심판원(PTAB)은 SK이노베이션이 LGES를 대상으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무효심판(IPR) 청구를 모두 각하했다. LGES 측은 PTAB 조사개시 각하 결정이 ITC 소송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SK이노베이션 특허 소송 전략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음날 SK이노베이션은 반박문을 통해 "LGES가 미 특허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복잡한 소송 절차 중 일부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마치 실체법적으로 자사에 유리한 판단이라고 왜곡하며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PTAB 결정에 항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애플과 구글같은 기업들도 이런 결정의 부당성을 소송을 통해 다투고 있다"면서 "PTAB 측에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