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길었던 국산신약 공백을 채운
유한양행(000100) '렉라자'가 유독 해외 시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국산신약 잔혹사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 초기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체계를 구축한 만큼 내수에 치우쳤던 기존 품목들 한계를 극복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유한양행은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임상 3상시험 진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허가다. 이로써 렉라자는 지난 2018년 7월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정' 이후 약 2년 반만에 국산신약 31호 지위륵 획득하게 됐다. 유한양행 입장에선 지난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16년여 만의 국산신약 배출이다.
국신신약 배출로 포문을 연 유한양행에게 렉라자는 단순 국산신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렉라자의 성분인 레이저티닙은 지난 2018년 후보물질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1조4000억원에 대형 기술수출됐다. 이를 통해 당시 수년간 국내 제약사 매출 1위 기록에도 불구, 상품 매출 비중이 높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유한양행은 신흥 기술이전 명가로 떠오르는 동력을 얻게된다. 특히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텍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한 물질을 통한 성과라는데서 국내 제약업계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유한양행 소속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렉라자는 유한양행 입장에서의 각별함뿐만 아니라 업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유독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 국산신약의 한계를 뛰어넘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신약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이번 렉라자까지 총 31개가 탄생했다. 하지만 실제로 의미있는 매출을 기록 중인 품목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그나마 LG화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와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제품군 정도가 국내에서 1000억원 수준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 모델로 꼽히다. 하지만 두 품목 역시 해외 매출은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
반면, 렉라자의 경우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이, 글로벌 판권은 얀센이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에서 상업화 될 시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신시장 중심의 직접 판매 한계에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은 얀센 주도로 병용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렉라자는 얀센과의 기수술출 계약을 통해 이미 지난해만 1000억원 이상의 마일스톤(기술료)을 안긴 상태다.
커져가는 타깃 시장 규모 역시 전망에 청신호를 밝히는 요소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29년 36조원으로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같은 환자군을 타깃으로 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매출의 꾸준한 성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가 렉라자의 매출 전망치를 연간 6000억원대 수준으로 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한양행 내부적으로도 기존 국산신약과 달리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거둘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국산신약의 경우 주요 해외시장 네트워킹 측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수준에 그친 반면, 렉라자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고 개발해 상대적으로 출발점이 유리한 조건"이라며 "커져가는 시장 수요 역시 기존 품목과는 다른 매출 규모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사진/유한양행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