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의 코나 EV가 글로벌 리콜을 시행한 지 3개월만에 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코나 EV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005380)에 대한 3차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신차들을 선보이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연이은 화재사고로 인해 전동화 전략이 악재를 맞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구 달서구 유천동 부근 공용 전기차 충전기에서 충전 중인 코나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발화 지점은 운전석 뒤쪽, 차량 하부 배터리로 추정되며,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코나 EV의 화재가 잇따르자 지난해 10월 7만7000대 규모의 글로벌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불이 난 차량은 지난달 리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코나 EV 일부 차주들은 조만간 3차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코나 EV 관련 집단소송은 지난해 11월 180여명이 청구하면서 시작됐고 12월에도 100여명이 참여했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정세는 오는 31일까지 청구인단을 모집할 예정이며, 1인당 청구금액은 800만원으로 설정했다.
지난 23일 코나 EV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대구 달서소방서
이준호 변호사는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탑승자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현대차는 1차와 2차 소송에서 모두 형식적인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시간끌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주들은 차량에 화재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물론 중고차 가격 하락, 정신적 충격 등을 호소하고 있다”며 “차주들의 중고가 가격 피해 정도 등을 조사해 청구금액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나 EV가 2018년 출시 이후 이번 사건까지 국내에서 11건, 해외 4건 등 총 15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회원은 “리콜을 받았는데도 차에서 불이 났다면 심각한 문제이며, 겨울을 지나 여름철이 되면 화재사고는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회원도 “리콜도 믿을 수 없으니 현대차에서 보상안을 내놓던가 다른 차로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코나 EV가 불에 탄 모습. 사진/대구 달서소방서
코나 EV의 안전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미래차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던 현대차그룹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기아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전동화 시장 리더십을 확보해 204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 동력으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해가 되어야 한다”면서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코나 EV의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서 현대차의 전기차 신뢰도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테슬라 모델Y의 대항마로 꼽히는 아이오닉5가 내달 글로벌 공개를 앞둔 시점에서 흥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 했음에도 화재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보다 신중한 대처가 필요했는데 너무 서둘러서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문제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