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코로나19 국면 속 영세·중소 가맹점이 늘어나자 비판의 화살이 카드사로 쏠린다. 카드사들은 코로나 시국에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난지원금 혜택을 얻은 만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카드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지난해 호실적은 코로나 수혜가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 등을 줄여 만든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 수수료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26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을 위한 재산정 논의가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 카드 수수료에 소요되는 일반관리비, 마케팅비, 자금조달비, 위험관리비 등 비용을 다시 측정해 합리적인 요율을 적용하기 위한 절차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산정한 수수료는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된다.
카드사들은 본격적인 수수료 산정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전전긍긍이다.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카드사들이 특혜를 입었다는 정치권 내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카드사들이 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얻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크게 성장했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3분기 순이익은 1조6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신장했다. 코로나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며 가맹점들이 타격은 본 것과 크게 대비되는 양상이다.
다만 카드사들은 '코로나 특수'에 대한 확대 해석에 선을 긋는다. 카드사들이 코로나 국면에서 수익이 증가한 것은 비용이 감소한 영향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오프라인 마케팅에 투입되는 지출이 줄면서 실적이 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여행, 면세점 등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코로나 국면에서 카드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카드사들이 얻은 수수료 수익은 3조2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001억원) 대비 약 300억원 하락했다. 최근 5년간 연말 기준수수료 추이를 봐도 △2016년 8조3061억원 △2017년 8조8927억원 △2018년 5조6271억원 △2019년 4조4450억원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이처럼 카드 수수료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다시 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수한 시기에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을 계기로 3년간 수수료를 내리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이 줄어서 카드 수수료를 내리자는 논리라면 나중에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 카드 수수료를 높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코로나 국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계기로 수수료를 내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재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부터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실제 수수료율이 또 인하되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