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 영향에도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 잔액을 지난해 12%가량 줄이면서 자산 건전성을 확대했다. 향후 정상화할 수 있는 채권들의 회복 가능성도 낮게 판단해 이른 정리에 나서면서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 만기 연장과 같은 '깜깜이 대출'에 대한 불안감을 계속 언급하고 있어 대응력 향상에도 불구하고 부실 경고음은 커지는 양상이다.
14일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NPL 잔액은 3조6649억원으로 전년 말 4조1560억원 보다 11.8% 감소했다. 코로나 초기인 1~3월 사이 약 1150억원 증가했다가 이후 은행들의 선제적인 채권정리 움직임에 따라 하락세를 유지했다. NPL 비율도 1년 전보다 0.07%포인트 낮아져 평균 0.33%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NPL 잔액이 지난해 말 8720억원으로 전년 말 1조0572억원 보다 17.5%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8547억원으로 12.7% 감소했으며 국민은행 1조160억원, 하나은행 9221억원으로 각각 10.5%, 6.2% 줄었다.
은행은 대출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 중 고정 이하인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자산을 NPL로 분류한다. 부실로 분류했던 채권들이 정상화하는 경우가 있어 대손충당금을 쌓은 후 회수 가능성을 살피거나 매각하는 구조다.
은행들이 이른 채권 정리에 나선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환주
KB금융(105560)지주 부사장(CFO)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올해 신용비용은 작년대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코로나가 안정이 안된다면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을 보전할 충당금도 크게 늘어 국민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1년전 130%에서 165%로 우리은행은 121%에서 154%로, 신한은행 116%에서 143%, 하나은행 94.1%에서 130.0%으로 각각 상승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이달 안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금융권 만기연장·상환 유예조치는 한 차례 더 연장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전체 금융권의 일시상환대출 만기연장 금액은 116조원(35만건), 분할상환하는 원금상환 유예는 8조5000억원(5만5000건), 이자상환 유예 금액은 1570억원(1만3000건) 규모다. 당장 당국은 이자상환 유예의 대상이 되는 대출원금이 4조7000억원 수준이라며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는 규모로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는 상환유예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진행한 각 금융지주별 실적 관련 기업설명회(IR)에서 은행별 만기연장 잔액 규모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각 외로 정상 채권으로 분류되는 게 많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연장이 자동으로 되다 보니 '눈 가리고 아웅'인 측면도 있다"면서 "일단 리스크 대응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 영향에도 부실채권 잔액을 지난해 12% 줄이면서 자산건전성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불안감은 더 느는 양상이다. 사진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