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최근 급속한 자산 성장을 지적하며 부실 발생을 대비한 대손충당금 전입 등 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진행한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엄중한 경제·금융 상황과 저축은행의 영업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산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제고하고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경영 건전성 관리에 힘써 주기 바란다"며 그 원인으로 지난 3년간 저축은행 총자산이 연평균 20% 급속하게 증가한 점을 지적했다. BIS 비율은 금융사 총자산 중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 업계는 2011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경영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고, BIS비율이 규제 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BIS비율이 하락 추세에 있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저축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BIS비율은 2019년말 14.8%, 2020년말 14.2%, 지난해말 13.3%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말에는 13.1%를 나타냈다.
특히 그는 "건전성을 훼손할 정도로 과도하게 자산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경영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복합위기 상황을 가정한 자체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결과와 한도성 여신의 대손충당금 강화 영향 등을 반영해 자본확충 방안도 고민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의 재정·금융지원으로 건전성 지표가 양호해 보이는 착시현상을 경계하고 위기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유동성 리스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유동성 상황은 양호한 수준이나 경기상황이 급변할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 과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외적인 유동성 경색 상황에 대비한 비상조달 계획도 점검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중채무자, 부동산 관련 금융 등 리스크가 높은 대출에 대한 적극 관리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 가계대출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이미 높은 수준이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9년말 69.9%, 2020년말 71.2%, 올해 5월말 75.8%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다중채무자 대출의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사후관리를 강화할 것도 주문했했다. 그는 "저축은행은 PF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전체 기업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그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PF대출은 PF사업장의 공사 중단·지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며, 현장실사 등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공정률, 분양률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체계 강화에 힘써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 대출모집인 등이 서류를 위·변조 하면서까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주도한 불법·불건전 영업행위가 다수 적발됐다"며 "대출취급 후에도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거액의 횡령 사고도 잇달아 발생했다"며 업권의 관리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마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진행한 업권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