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하반기 2금융권에 먹구름이 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한 데 더해 금융감독원이 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발생이 우려된다며 감독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일부 금융사는 연간 실적 목표치까지 낮춰 잡았다며 업황 악화를 토로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여신전문금융채 3년물(AA+·민평기준) 금리는 4.256로 집계됐다. 연초(2.420%) 대비 1.836%p 올랐다. 여전채는 카드·캐피탈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채권 금리가 오를수록 조달 비용이 늘어 경영이 어려진다. 당장 대출 규모를 줄어도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채권을 차환하는 과정에서 금리 영향을 받는다. 여전채 만기 규모는 올 하반기 30조6000억원, 내년에는 67조원으로 전망된다.
여전채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영향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고 폭도 더 커졌다.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전달 0.75%p에 달하는 인상을 단행하면서 그 여파가 확산했다. 업권에선 이달 13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0.50%p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저축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고심이다. 저축은행은 고객 예·적금 등 수신을 바탕으로 대출에 나선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면 은행으로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지기에 비슷하거나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높여야 해 조달비용이 늘어난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업권의 평균 예금 금리는 지난 8일 기준 3.13%로 연초(2.37%) 대비 0.76%p 올랐다. 저축은행 예대금리차는 지난 5월 6.72%로 4월 7.13%에서 한달 새 0.41%p 쪼그라들었다
이미 저축은행들은 높아진 조달비용에 따른 실적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711억원으로 전년 동기(2290억원) 대비 25.3% 감소했다. 이들 저축은행이 지난 2021년 1분기 전년 대비 51.1% 증가한 당기순익을 거뒀는데 1년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2금융권의 취약차주들의 부실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감독 강화 기조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주 연이어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공통적으로 무리한 영업 및 자산 확대는 자제하고 충당금 등 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특히 각 업권이 최근 자산 성장 동력으로 삼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서는 사후관리까지 포함하는 새 모범규준 도입을 예고하는 등 사실상 영업을 옥죄고 나섰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가계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기업대출까지 제한되는 셈이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의 목표가 매년 지난해보다 더 성장하는 것으로 잡기 마련이나 올해는 연간 실적 목표치를 낮췄다"면서 "저금리시기 과도한 성장에 따른 청구서를 올해 받고 있다는 시각이 업권 내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