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사진/롯데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롯데그룹의 전사 역량을 집중한 롯데온(ON)이 출범 일 년도 채 안 돼 실적 부진에 시달려 수장까지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부터 롯데온 사업을 이끌어온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임한 뒤 롯데는 외부 전문가 영입 계획을 밝혔다.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수혈을 통해 조직 쇄신과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롯데온 수장 교체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감원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급에서 10년차 이상 직원들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660억원에 달했으며, 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해 12개 점포를 폐점하고 7~12월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115개 부실 점포 구조조정 등으로 마트와 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직원이 일년 전보다 3000여명 줄었다.
현재 롯데푸드, 롯데GRS, 롯데 아사히 주류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푸드와 롯데아사히주류는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롯데아사이주류는 전 임직원이 대상이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롯데아사히 주류는 최근 2년 사이 여러 차례 희망퇴직과 계열사 전보 이동을 단행했다.
특히 유통판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닻을 올렸던 롯데온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크게 성장한 이커머스 시장과는 상반되게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보다 19.1% 성장한 161조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롯데 이커머스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 통합몰 'SSG닷컴'의 거래액은 같은 기간 37% 성장했다. 네이버쇼핑(27조원), 쿠팡(22조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롯데온은 경쟁사인 신세계가 이마트 대표에 최부 인사인 강희석 대표를 영입한 뒤 성과를 낸 것에 착안해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강력한 사업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면서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과감한 M&A를 통한 플랫폼 파워 키우기에 나설 수도 있다. 매물로 나와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상대적으로 약한 오픈마켓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동빈 회장이 연초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고 한 발언도 롯데온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롯데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롯데닷컴은 1996년 출범했다.
신 회장은 온·오프라인 통합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으나, 롯데온은 오픈날 서버다운을 비롯해 가격오류, 매끄럽지 못한 UI, 상품 구색 등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됐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롯데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계열사 간 실질적 통합 미비를 문제로 꼽고 있다. 다양한 사업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춘 신속한 결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라이브 커머스'도 롯데 계열사가 각각 진행하고, 별도의 회원제를 운용하면서 고객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시행착오를 거친 뒤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롯데만의 차별화 전략을 수립한다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롯데가 얼마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위기 타파를 위해 올해 과감한 투자로 혁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