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밥보다 재즈'·'다다다' 외

입력 : 2021-03-03 오후 12:02:2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월간 ‘재즈피플’의 편집장인 저자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LP판들이 ‘성채’를 이루고 있었다. 2시간 남짓 LP를 신중히 고르고 들은, 우린 중국집으로 향했다. 20분 만에 짜장 둘을 고르고 해치웠다. “음식은 편식 해도 음악은 그렇지 않다”는 저자가 새 책을 냈다. 고르고 방대한 음악적 식견으로 재즈 스탠더드 168곡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계절별 음식을 찾듯, 재즈를 골라준다. ‘1일 1재즈 듣기’. 여기가 ‘재즈 맛집’이다.
 
 
밥보다 재즈
김광현 지음|책밥상 펴냄
 
책은 팬데믹 이후 공멸의 기로에 선 인류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인간 본성은 과연 이기적인가?” 오늘날 온갖 불평등과 혐오, 불신의 덫에도 저자는 “그럼에도 인류사는 ‘선한 본성’에 압도돼 왔다”고 주장한다. 제 1, 2차 세계대전, 타이타닉호 침몰, 911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을 불사하며 타인를 도운 인류의 ‘선’을 저자는 ‘휴먼카인드’로 명명한다. 흥미롭게도 유발 하라리가 추천사를 썼다. “’사피엔스’에 도전하는 책!”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조현욱 옮김|인플루엔셜 펴냄
 
기 발간된 김영하 산문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의 합본작이다. ‘읽기’ 파트에서는 <돈키호테> 같은 고전부터 문학작품을 왜 읽는지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TED, 하버드대 등의 연사들의 인터뷰, 대담을 재구성하고(‘말하다’ 파트), 자본 지배 하에 초연결 단자로 살아가는 개인의 일상을 포착한 27편의 글도 실었다.(‘보다’ 파트) 저자는 “보고 말하고 읽는 삼순환이 세상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인간을 만들어준다”고 소개글에 썼다.
 
 
다다다
김영하 지음|복복서가 펴냄
 
달 탐사 50주년이 되던 2019년,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는 세계 천문학자 5인 중 한 명으로 저자를 지목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심채경씨. 그는 책에서 “실제 천문학의 세계는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 같은 삶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한다.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며 행성을 연구하는 일은 드물다. 연구실에서 컴퓨터 데이터와 씨름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천문학자의 현실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문학동네 펴냄
 
화자들은 꿈의 세계들을 걷는다. 실제 선택하지 않았지만 가능했을 수도 있는 삶의 무수한 길들을 생각한다. ‘혼삶’ 임에도 결혼 후 가정 꾸린 삶을 그려본다거나, 생계를 위해 해야 하는 말(言)을 땅에 묻어버리는 상상에 잠기는 식. 소설은 말한다. 상상 속 인물들의 삶을 ‘안다’고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주변의 삶도 그렇다는 것을. 최인훈 ‘광장’ 속 인물들, 영화 ‘약칭: 연쇄살인마’의 실존 인물의 삶을 불러와 ‘다시’ 쓰는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창비 펴냄
 
2019년 한국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 로이터통신 서울, 도쿄, 베이징 지국에서 근무했으며 그간 동남아 쓰나미 참사,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 세월호 참사 중남미 캐러밴 행렬 등을 취재해왔다. 책에서는 인류사를 수놓은 사진들과 사회적 영향, 변화와의 관계성을 20여년의 현장 경험으로 풀어준다. 누구든지 사진의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 그 책임에 대해서도 논한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지음|시공아트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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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