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음악이란 단순히 물질적 소리에만 그치지 않는 매체일 수 있다. 인간의 삶 깊숙이 관계하며 사회의 문제 의식과 현상, 논란에 대해 환기시켜주는 매개일 수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가 음악 에세이 '음악열애'를 냈다. 온라인 매체 '민중의 소리'에 연재한 '서정민갑의 수요뮤직'을 다듬고 재구성한 글들을 엮었다. 지난 2019년 펴낸 '음악 편애'에 이은 후속작이다.
전작에 이어 제목 그대로 열렬한 음악 이야기들이다. '음악은 뮤지션의 이야기이자 의견이고 태도'라는 기치 아래 그는 '음악이 내는 말들'에 유심히 귀를 귀울이곤 한다. 전작에서도 "음반에는 결국 사람이 있으며 모든 음악이 사회를 그릴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사회를 기록하고 그려야 한다"고 적었다.
특정 장르 편중의 음악만 매대에 올려지는 ‘자본 권력’ 시대에서 저자는 조금 비켜선다. 이번 책에서는 소외 계층, 제주 4·3항쟁, 위안부 피해 여성, 동두천 기지촌, 실업과 도시 변방, 빈민과 노동자 문제 등 시대와 호흡하는 음악들을 골랐다.
가령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 세 번째 노래들'과 관련한 글은 우리에게 존중과 연대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이 음반은 그들의 이야기를 과거로 박제하지 않고 오늘로 잇고 되살리려는 마음이 알알이 박힌 음반이다. 그 마음을 우리는 존중과 연대라고 말한다."
앨범 수록곡 중 신현필, 이봉근의 '흩어지는 기억'을 두고는 "노래로 그들(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닿으려는 시도"라 설명한다.
거장부터 오늘날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주류와 비주류 경계가 없는 대중 음악을 두루 아우른다. 정태춘, 장필순, 조동익, 혁오, 김오키, 오소영, 권나무, 레인보우99, 카코포니 등의 음악에서 그는 놓치기 쉬운 이야기들을 포착해 신중히 고르고 고른 언어로 들려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제가 음악과 사랑했던, 제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구애의 기록"이라며 "음악의 안과 밖을 다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읽어내려 했는데 부족한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된다면 더 온전히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썼다.
뮤지션 정밀아는 ‘당신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이토록 세상에 말하고 싶어요’라 외치는 연서 같은 글이라고 추천서를 썼다. 그는 저자에 대해 "넓게 듣되 마구 듣지 않고, 깊이 듣되 함몰되지 않으려 한다"며 "잘 듣기 위해 공부하며, 고르고 고른 글자로 눌러 기록한다. 음악과 사람을 함께 보려는 그의 정성은 분명 대상에 대한 애정과 존중일 것"이라고 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