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유저 보상은?”…넥슨, 강화 확률 공개에도 게이머 불만 진화 못해

넥슨, 메이플 확률 논란 3번째 사과와 보상안 발표
이용자들, 사과와 보상책 진정성 없다 지적…트럭시위 연장
의원들, 법안 추진 과열양상…일각선 “게임법 통과가 더 시급” 우려도

입력 : 2021-03-05 오후 9:48:07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넥슨이 게임 내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용자들의 반발이 다시 들끓고 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논란의 핵심이었던 유무료 혼합형 아이템에 대한 공개 여부는 ‘단계적 검토’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진정성이 여전히 결여됐다는 반응이다. 
 
이용자들은 트럭시위를 연장하는 한편 국회의원들과 의견을 모아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 추진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기존 대비 강경한 규제안을 담은 법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일각에선 기존 게임산업진흥법 전부 개정안의 빠른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판교에 위치한 넥슨 본사. 사진/뉴시스
 
유저는 뒷전인 사과문에 실망…유무료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빠져
 
5일 오전 넥슨은 미디어 대상 공식입장 자료를 통해 "기존에 확률을 공개해온 유료 캡슐형 아이템은 물론 '유료강화·합성류' 정보까지 전면적으로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최초로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한다는 내용도 전했다.
 
오후 5시 30분경에는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아이템 확률 공개와 향후 대책을 담은 사과문을 별도로 올렸다. 공지가 뜬다고 미리 알려지면서 이 시각 메이플스토리 사이트에 접속자가 몰려 일시적 서버 마비를 빚기도 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에는 메이플스토리 책임자인 강원기 디렉터의 사과문, 큐브의 잠재능력 재설정 로직과 세부 확률 공개, 추가 옵션 사태의 배상 및 전체 보상 안내 등 총 3건이 게재됐다.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이 된 8락 주문서.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8주년 당시 강력한 주문서로 불리는 공격력 또는 마력 7~8이 오르는 주문서를 20%의 확률로 출시했으나 고객들이 클라이언트를 열어봤는데 성공할 수록 주문서의 확률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당시 넥슨에게 고객들은 해명을 요청했으나, 유야무야 넘어가 버려 원성을 샀다. 사진/메이플스토리 유저 제공
메이플스토리 긍정의 혼돈 주문서에 등장하는 리턴스크롤. 고스펙 유저들이 주로 사용하고, 이들이 놀라운 긍정의 혼돈 주문서를 사용할 때 해당 캐시 아이템을 써서 확률을 맞추는데, 이때 아이템의 확률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진/메이플스토리 유저 제공
 
메이플스토리 큐브 아이템은 게임 내 캐릭터 강화를 위한 보조역할을 하는 주요 유료 아이템 중 하나로, 장비 아이템의 잠재능력으로 옵션을 변경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올리는 데 사용된다. 
 
현행 자율규제에선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 한정한 확률 공개 권고에 따라 큐브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용자들의 반발과 국회의원들의 경고성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번에 큐브 확률까지 공개하게 됐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선 실망했다는 내용의 불만이 오히려 더 크게 터져나오고 있다. 넥슨 본사에서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는 데다 유료형 아이템의 확률은 공개하지만 메이플스토리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무료형 아이템은 단계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게임 내 핵심 강화 아이템인 프리미엄 악세서리 공격력 주문서, 놀라운 긍정의 혼돈 주문서 등 게임 내 주문서들의 세부 확률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이용자들이 트럭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넥슨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
 
헤비유저들에게 무용지물 아이템 지급 불만…트럭시위 다시 연장
 
온라인커뮤니티 메이플스토리 인벤 총대진과 서브진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전에 언론에 미리 공개한 넥슨 입장의 사과문이 유저들이 이용하는 공간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사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특히 유무료형 혼합 아이템에 대한 대책은 없다. 유료형 강화 아이템 확률도 그동안 랜덤박스가 아니라고 보고 공개가 안됐는데 세부구조를 살펴보면 사실상 명백한 유료에 해당한다. 과금을 많이 해온 충성 유저들보단 신규 유저들 유입을 위한 보상안에 더 가깝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보통 게임사에서 파는 유료형 아이템이 랜덤박스를 통해 나오는 주문서에서 미션 성공시 상승옵션(능력치)이 임의 조정되는 방식으로 부여되는데 그런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이용자들의 질문에 넥슨 측은 방대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검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전하며 확률공개는 ‘단계적 검토’에 나서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보상 체계도 기간을 한정한 데다 과금을 많이 해온 헤비유저를 위한 대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이플스토리 여성시대 총대진은 “일단 유저들을 위한 간담회를 열겠다는 내용이 없어 실망했다”면서 “보상 아이템 중에서 자석펫에 대한 말들이 많다. 이 아이템을 넥슨이 90일 기한을 설정해 지급한다고 했는데 연장은 어렵다고 한다. 이 기간 내 지급받지 않았을 경우 펫을 이용하려면 결국 다시 사야하는 셈이다. 게다가 자석펫은 현금 30만원 정도로 거래하는 아이템으로, 기존에 이 아이템을 보유한 유저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트럭시위를 기존 대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벤 측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여성시대는 8일부터 무기한 상암과 판교 등을 중심으로 트럭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원들과의 면담을 늘려 현재 추진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모두 공개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법 개정안 통과에 탄력이 붙을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방침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전 입장을 보고 오후에 나올 발표 내용에 기대를 걸었는데 발표를 보고 실망만 깊었다"며 "오히려 추가 의혹만 나오는 상황이다. 이제 이용자들은 시위가 아니라 집단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러 동료 의원들께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같이 논의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확률형 아이템을 처음으로 법제화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 상정됐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 '게임법' 규제안 강화 분위기에 우려 나오기도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유저들의 불만과 사회적 비판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넥슨의 대처는 현 상황을 가볍게 본 것”이라며 “과거에도 미온적 대응으로 화를 키운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가는 것 같다. 떠나 버린 버스는 멈추고 기다려 주고 않는다. 간보기 식으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대책을 내놓으면 결국 세게 대책을 내놓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요구가 커진 만큼 엔씨소프트나 넷마블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위 교수는 최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놓고 법안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5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 ‘컴플리트 가챠’로 불리는 2중 확률형 아이템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위 교수는 “컴플리트 가챠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최근 나왔는데 의원들의 법안 마련 경쟁이 불붙고 있어 향후 더 센 법안이 나올 것 같다”면서 “이러한 과열양상은 장기적으로는 통제가 안되는 상황으로 빠지게 돼 합리적 해결보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확률 모두 공개를 담은 게임법을 빨리 수용하고 통과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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