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큰 공연장이건 작은 공연장이건, 큰 뮤지션이건 작은 뮤지션이건 할 것 없이 ‘공생’의 여건 조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새소년 황소윤)
“문화적 터전이자 근간이 되는 라이브 공연장이 문을 닫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음의 고향’이 사라진다는 생각에서요.”(기프트 김형우)
1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기자간담회. ‘코로나19 장기화로 라이브 공연장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음악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물은 본지 기자 질문에 두 밴드가 차례로 답했다.
이들은 “데뷔 초부터 라이브 공연장 무대에 서오며 문화를 지키려는 수많은 분들의 노고를 봐왔다”며 “그런데 하루아침에 공연장들이 문을 닫고 우리가 설 공간이 없어지면서 길을 잃은 것 같았다”고 했다. “문화 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생의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도 목소리를 냈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맨 왼쪽) 밴드 새소년, 밴드 기프트. 사진/CJ문화재단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공연 자체가 끊겨버린 상황에서 이들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CJ문화재단 ‘아지트 라이브’의 극장화(‘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기획에 동참하기로 한 것.
‘아지트 라이브’는 2018년 7월부터 CJ문화재단이 연 유튜브 기반 음악 전문 콘텐츠이지만, 이날 시사회에 앞서 감상한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은 아예 다른 콘텐츠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른 인상을 줬다.
밴드별 콘셉트를 달리 한 1시간짜리 풀 라이브 구성. 대형 화면과 프리미엄 입체 사운드. 기타프랫을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손가락이 대화면에 꿈틀거릴 때 ‘확실히 다르다’는 체감이 들었다. 보컬의 포효가 객석 좌우 대형 스피커의 스테레오로 터져 나올 때 잠시 실제 공연장에 있다는 환영도 일었다.
기프트는 시간과 계절의 순환이 있는 듯한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어두운 새벽으로 시작한 공연은 차츰 전개되며 새순이 돋아나고 초록의 자연이 샘솟는 봄으로 톤이 점차 밝아졌다. 이들은 “코로나 상황으로 침체 돼 있던 우리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시간적 전개로 풀어봤다”고 설명했다.
새소년은 가상의 우주 배경에 몸 곳곳에 재활용 소품을 붙이는 특기할 만한 실험도 했다. 이들은 “퀄리티나 흥미적인 면에서 온라인 공연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이번 기획은 콘셉트의 차별성과 기록으로서의 의미 측면에서 참여하게 됐다”며 “단순한 온라인 콘텐츠라기 보단, 새로운 영상 콘텐츠의 시도라고 보셔도 무방할 듯 하다”고 했다.
밴드 새소년. 사진/CJ문화재단
코로나19 이후 국내 대중음악의 시계는 급격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자본력을 토대로 방송이나 온라인 공연 등의 활동을 병행하는 대형 기획사 소속 음악가들과 달리, 오프라인 공연 활동이 주가 돼 온 국내 인디신은 직접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새소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밴드는 지난해 앨범 ‘비적응’으로 미 음악 전문매체 피치포크 ‘올해의 록 앨범 35장’에 뽑혔을 정도로 글로벌 도약을 앞둔 상황이다. 지난해 10개국 20도시 월드투어도 잡혀있었지만 모조리 취소되는 상황을 겪었다.
이들은 “그 이후 밴드로서 뭘 할 수 있을까 한참 생각했다”며 “우리는 결국 밴드로서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문화 생태계를 보존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 기회로 중요한 기록을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