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SK이노베이션(096770) 공장을 대체할 수 있는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거나, SK이노가 짓고 있는 공장 인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발효한 SK이노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로 수 천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12일(현지시간) 지역매체인 AJ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종현 사장은 "LGES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이노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할 경우 LGES이 공장 운영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로 많은 투자자와 제조업체가 SK이노가 짓고 있는 조지아주 커머스 공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LGES은 지난 12일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 5조원 이상을 투자,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사장의 서한 내용은 LGES의 신설 공장이 조지아주에 설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 지을 공장 입지는 오는 6월 이전에 결정될 예정으로, LGES은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LGES는 제네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을 통한 2공장 투자도 상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SK이노 관계자는 이같은 제안에 대한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K이노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계약과 공급업체를 따로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LGES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LGES이 공장을 인수해 우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ES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ITC는 향후 10년간 SK이노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부품에 대한 미국 내 생산·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또 SK이노와 공급계약을 맺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줬다.
현재 SK이노는 미 백악관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ICT 결정은 우리나라 행정심판과 유사해 미 대통령의 심의와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을 검토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