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폭스바겐그룹이 '파워 데이'를 열고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 생산 계획을 발표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 선두인 테슬라처럼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당장 부족한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유럽 나아가 국내 3사 등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세부적인 물량 확보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 파워데이 안내. 자료/폭스바겐 공식 홈페이지 캡처.
15일 폭스바겐 홈페이지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날 오후 9시(중앙유럽표준시 기준 오후 1시) '파워 데이(Power Day)'를 개최한다.
폭스바겐 측은 이날 행사가 '자동차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기술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트위터에 파워데이 개최 소식을 알리며 배터리가 충전되는 영상을 첨부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파워데이가 지난해 테슬라가 개최한 '배터리 데이'와 유사한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폭스바겐이 새로운 배터리 공급 계획과 함께 자체 배터리 개발 및 생산 등 내재화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오는 2050년까지 100%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전기차 공급에 집중하며 테슬라를 맹추격 중이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판매한 전기차는 약 11만7000여대로, 전기차 시장의 개척자인 테슬라(9만6000여대)를 앞섰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폭스바겐이 이르면 내년에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거나 판매 수량은 테슬라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생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배터리 업계와 손잡고 합작사 형태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손잡고 2023년 양산을 목표로 독일에 연간 1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합작 공장을 세우는 중이다. 앞서 폭스바겐은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지역별 복수 공급 형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파우치형 배터리와 중국 CATL과 삼성SDI(006400)의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다.
또 폭스바겐이 향후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중점적으로 탑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중국 CATL과의 합작 공장 설립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 중국 내수용 '모델3'에 CATL가 개발한 셀투팩 기술이 들어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되는 점을 감안해도 폭스바겐이 CATL과의 합작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원계 배터리에서 모듈을 거치지 않은 '셀투팩' 기술이 적용되면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가 줄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SDI도 폭스바겐과의 합작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히 폭스바겐이 미국 퀀텀스케이프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개발 중인 가운데 삼성SDI가 오는 2027년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협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기술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 가능성과 크기·수명 등 단점을 보완하는 꿈의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추세라면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온 LGES와 SK이노의 경우 폭스바겐에 배터리 추가적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SK이노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 중인 1공장은 폭스바겐 전용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까지 내재화로 합자 공장 설립을 발표할 경우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들의 최근 전략인 ‘선증설 후수주’가 오히려 위기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탈락된 배터리 제조사들은 향후 추가 증설 및 신설 투자 로드맵 재조정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