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과 관련한 모해위증 사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다시 판단하라는 내용의 수사 지휘를 내렸다.
박범계 장관은 17일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해당 재판의 증인 김모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
부장회의에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1년 3월23일자 증언 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도록 했다. 해당 증언은 2010년 10월1일 또 다른 증인 한은상씨를 서울중앙지검 11층 복도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증언, 2010년 10월6일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접견할 당시 쪽지와 관련한 증언이다.
박 장관은 2011년 3월23일자 증언 내용에 대한 논의 결과를 기초로 포괄일죄 법리에 따라 2011년 2월21일자 증언 내용까지 포함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의하고, 부장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휘했다.
앞서 대검은 한씨와 최모씨가 제기한 전·현직 검사 등 16명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모해위증방조 의혹 민원 사건을 지난 5일 혐의없음 취지로 종결했다. 대검은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에서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에 대해 허위로 증언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씨와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한씨의 주장은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법무부는 "대검이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안임에도 그동안 계속해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감찰부장과 임은정 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사건 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결론의 적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검찰 수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고려할 때 가급적 자제돼야 하고, 이미 종결된 사건의 경우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의 직접 수사와 관련해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아울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 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위법·부당한 수사 절차와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그 결과와 개선 방안 등을 신속히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 또는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진행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3월부터 9월까지 3번에 걸쳐 한 전 대표로부터 9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2015년 8월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한씨와 최씨는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이른바 '증언 연습'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 감찰을 요청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