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코로나 시국에 배달노동에 대한 인권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소년라이더' 문제의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 라이더라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다 청소년이라는 점 때문에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보험이 제대로 안되서 사고에 자부담이 무거운데다, 평상시에는 '리스비'를 정해진 기준 없이 뜯기고 있다.
청년유니온 부설기관 유니온센터와 청소년지부인 청소년유니온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에서 청소년배달라이더 노동실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청소년라이더가 라이더라는 점, 청소년이라는 점 때문에 이중 차별받는데도 사회적 관심이 성인 라이더보다 덜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진행된 행사다.
이 자리에서는 경기 군포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는 청소년 A군의 사연이 대독으로 소개됐다. A군은 "빗길 사고로 수술한 뒤 아버지가 저에게 혹시 산재보험은 가입이 되었냐고 해서 그 때서야 산재보험이 뭔지 알았다"며 "산재보험 가입이 안됐고, 오토바이로 인한 사고여서 제 명의로 가입된 보험에서도 지급률이 현저히 낮아 부모님이 치료비 1800만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 소개로 다음에 일한 업체 역시 일반 출퇴근 21세 이상 보험이 가입돼 사고가 난다고 해도 아무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곳이었다"면서 "처음에는 리스비 없이 타라고 했다가 정해진 리스 금액 없이 사장 마음대로 리스비를 차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니온센터·청소년유니온은 지난해 군포·안양·산본·범계 지역 청소년라이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응답자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비중은 42.3%에 그쳤다. 그나마 청소년들이 근로계약서와 다른 유형의 계약서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황도 있어, 실제 근로계약서를 쓴 비중은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청소년라이더들은 안전에 관심이 지대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보장이 부족했다. 청소년 노동자들 본인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산재보험이 42.3%로 배달수당 인상이 7%로 가장 낮게 집계됐다. 업체로부터 공식 안전 교육을 받은 경우는 46.5%에 불과했지만, 보호장구를 항상 착용 및 대체로 착용한다는 비중은 73.2%로 높은 편이었다. 교육 여부와 관계없이 안전을 의식하는 것이다.
청소년은 나이가 어려 보험료가 더 높아 대행업체에서는 부모님 명의나 혹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가입하게 한다. 혹은 보험 가입이 안 되는걸 알면서도 일하는 청소년 노동자도 존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다 14.1% △요청을 받았지만 작성하지 않았다 8.5% △요청 없었다 19.7% △모른다 57.7%로 나타났다.
애당초 다수의 청소년 노동자가 본인이 산업재해 보상보험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모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인원을 포함하면, 71.8%의 청소년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의 보상보험을 받지 못할 것으로 확인됐다.
일하면서 교통사고를 경험한 청소년 노동자는 전체 25.4%로 나타났고,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13.3%에 불과했다. 개인비용으로 처리한 경우는 36.7%, 사보험 처리까지 포함하면 50%를 초과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미성년 청소년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해야한다"며 "노동인권교육은 전체 공교육의 필수과정으로 도입되어야 하고, 특히 플랫폼 업체 설립과 노동자의 진입 시 필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도 "청소년이 가입해야 하는 전 연령 유상운송보험료가 3000만원으로 들지 말라는 수준"이라면서 "라이더 자격제를 통해 모든 라이더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보험료는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건휘 청소년유니온 사무국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에서 열린 '청소년배달라이더 노동실태' 토론회에서 라이더 사연을 대독하고 있다. 사진/청년유니온 유튜브 캡처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