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LH는 다시 분할해야

입력 : 2021-03-24 오전 6:00:00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2일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을 처음 폭로한 이후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1차 조사결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가운데 20명의 투기의심사례가 확인됐다. 이어 진행된 정부 합동조사 결과 3기신도시와 인접지역에 투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기업 직원 28명이 더 적발됐다.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사업부지에도 LH 직원들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주민들에 의해 제기됐다. 세종시에서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불거졌다. 요컨대 전국이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판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 역시 극도로 커지고 있다. 이른바 '공공'에 의한 주택공급확대 정책이 결국 이들 투기꾼의 부당이익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 정부는 할 말을 잃게 됐다.
 
파문의 진원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관한 각종 의혹과 비판도 줄을 잇는다. 특히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를 막기 위한 장치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직원들끼리 토지 정보를 공유하고 매입을 권유한 사례를 공사가 파악하고서도 이를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3기 신도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한 2018년 후보지였던 과천지구의 문건과 창릉지구의 도면이 유출됐으나 LH는 자체 징계로 얼버무렸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투자클럽'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몰려다니며 땅을 산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요구가 비등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1일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LH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LH가 지금 너무 비대해졌다. 현재의 LH는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돼서 출범했다. 그 결과 LH는 지난해 기준으로 임직원 9566명, 자산규모 184조원을 거느린 '대기업'이 됐다.  
 
단순히 자산규모나 직원만 커진 것이 아니다. 국내 토지와 주택의 개발정보를 독점적으로 장악하는 공룡조직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니 아마도 그런 정보가 차고 넘쳤을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한 이후 너무 많은 정보와 권한이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런 조직에서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투기심이 싹트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이런 독점적인 기능과 조직을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사실 애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친 것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두 조직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하는 일이 상당히 다른데 왜 굳이 합쳤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서 문화예술을 관장하는 뮤즈 여신이 9명 있지만, 구체적인 역할은 모두 서로 다르다. 역할이 다른데 억지로 하나로 합칠 수는 없는 법이다. 무리하게 합치면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LH의 경우에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합병은 잘못된 것이었음이 이번에 비극적으로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LH를 다시 분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과거처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쪼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은 12년 전과 상황이 꽤 바뀌었으니 더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과거 한국전력의 발전소가 6개 발전기업으로 분리되었듯이 말이다. 국책금융기관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여러 기관이 있다. 
이미 조직개편 방안이 백가쟁명식으로 제시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 몇 개의 조직으로 분리할지는 좀더 깊이있는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잘 판단하면 될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되든 중요한 것은 공기업도 최소한의 경쟁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기업끼리의 경쟁이 어려우면 민간기업이라도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공기업이 보다 효율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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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