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전자업계 임직원의 희비가 엇갈린다.
LG전자(066570)가 10년 만에 파격적인 임금인상을 단행한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노조와 인상률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며 진퉁을 겪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자율조직인 삼성전자 사원협의회는 2021년도 새 임금이 적용되는 이달 월급날(3월21일)까지 올해 임금인상률을 확정짓지 못했다.
양측은 지난달부터 협상을 이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직원 측은 6%대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3%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월급날까지 인상률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3월 월급이 지난해 기준으로 지급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6년에는 임금을 2% 인상했으며, 2017년 2.9%, 2018년과 2019년 각각 3.5%, 2020년 2.5% 올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7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사측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기 침체와 경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직원 측이 요구한 인상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직원 측은 사측이 제시한 인상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236조원, 영업이익 36조원을 내며 주요 경영진의 임금이 전년보다 2배 인상된 만큼 직원 임금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와 사원협의회는 매년 3월 초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3월 급여부터 인상된 임금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좀처럼 임금협상에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직원 측의 움직임은 최근 9%라는 임금인상률을 확정한 LG전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LG전자 노동조합은 18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9%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 2011년(11%)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2018년 이후 3년간 인상률이 매년 4%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인상률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LG그룹 계열사 중 LG디스플레이는 기능직 기준의 임금을 평균 6.5~7% 인상하기로 했다. 이 역시 디스플레이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2010년 초반 이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의 최종 임금인상률이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한국노총 소속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10%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지며 사측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재 노조원을 대상으로 '2021년 임금/복지 협상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측에 제시할 요구안을 만들 계획이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등 그룹 전자 계열사도 올해 임금협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최종 임금인상률은 여타 계열사 임금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삼성 준법감시위가 노조를 삼성의 3대 개혁과제로 선정한 만큼 사측이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임금협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뉴시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