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연적으로 발생해 다수가 오래 써온 도로(공로)라면 땅 주인이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가 김천시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소송에서 A씨 땅의 도로를 철거하라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구지법에 환송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공로에 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1월 김천 소재 임야를 임의경매절차로 매수했다. 이곳을 지나는 도로는 인근 사찰의 유일한 통행로로 승려와 신도, 탐방객과 주민이 이용해왔다.
이 도로는 해당 사찰이 세워진 이후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이후 1985년께 새마을사업으로 시멘트로 포장됐다. 김천시는 1994년께 이 길을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넘게 관리해왔다.
A씨는 김천시가 무단으로 도로를 포장했다며 도로 철거와 토지 인도, 위자료 1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김천시가 권원 없이 A씨 토지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도로를 철거하고 인도할 의무가 있고, 토지 인도를 마칠 때까지 부당이득 반환액을 매달 내라고 선고했다. 위자료 요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2심은 김천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천시가 해당 도로를 관리한 점유자이지만, 점유권원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로 포장 당시 소유자 동의를 받았다 해도 소유자가 바뀐 이후 점유할 권리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땅 주인이 권리를 남용했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도로는 아주 오래 전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고, 지자체인 피고가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공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러한 이용 상황을 알면서도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도로의 철거·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