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횡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나 증권담보대출을 줄줄이 중단하고 나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은 최근 '신용거래 및 증권담보융자 신규 일시 중단'을 공지했다. 올 들어 3번째 중단 조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사의 대출 한도가 소진된 관계로 신용거래와 증권담보융자 신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한도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재개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4일 신용 및 대출 한도 소진으로 신규 신용거래융자 매수와 예탁증권담보대출이 일시 중단됐다. 현재 신용거래융자 매수는 지난 16일부터 재개됐지만 예탁증권담보대출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행진에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26일 22조1608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지난해 말 19조원대에 이어 1월7일(20조1223억원)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같은 달 14일(21조2826억원)에는 21조원을 넘겼다. 이후 지난달 19일 22조2233억원 (코스피 12조174억원·코스닥 10조2058억원)으로 사상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빚투'가 늘면서 반대매매 금액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대매매란 개인 투자자가 주식 매입을 위해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내 갚지 못할 경우 투자자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기간 위탁매매(증권사가 고객에게 주문을 받아 유가증권을 매매 하는 것) 미수금은 3156억원,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208억원으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약 6.2%로 나타났다. 올해 반대매매 금액 최저치인 지난달 17일 145억원과 비교했을 때 43.45% 증가한 수치다. 반대매매 비중은 지난달 최저치였던 3일(3.0%)보다 106.67% 높았다.
올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평균 218억원, 반대매매 비중은 평균 6.1%다. 이는 지난해 평균치인 158억원 대비 37.97%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연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신용융자금액이 떨어지지 않는 배경에는 저가 매수에 의한 차익 실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승장에서의 투자심리 극대화에 기인한 신용대출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투자로 자산을 늘리려는 노력도 좋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위험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며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신용거래융자 및 증권담보융자 등을 이용할 경우 개인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신용거래 및 증권담보융자 신규 일시 중단' 안내문. 사진/NH투자증권 홈페이지 캡처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