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해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사건의 예비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사의 셈범이 더욱 복잡해졌다. 업계에서는 양사간의 합의 가능성이 한층 희박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양사간의 분쟁은 'K배터리'에 오점만 남기는 소모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IT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침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거나 무효"라는 예비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051910))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로 고소한 1차 소송(337-TA-1159)에서 파생된 소송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이후 100여명의 핵심 인력을 유출해갔으며, 영업비밀 침해에 기반해 폭스바겐 등의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반발해 같은해 9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2차 소송(337-TA-1179)이, LG에너지솔루션 역시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맞고소한 3차 소송(337-TA-1181)이 차례로 ITC에 제소됐다. 이날 예비 판결이 나온 소송은 3차 소송으로,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2차 소송도 오는 7월 예비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4건의 특허 가운데 분리막 코팅과 관련한 SRS 517 특허 건에 대해 특허의 유효성은 인정했지만 SK가 특허를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결정했다. 나머지 3건은 특허에 대한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분리막을 살펴보는 SKIET직원. 사진/SKI
이날 발표된 ITC의 예비 판정으로 인해 양사간의 합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정에 대해 '예고된 결과'였다는 시각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한 일부 특허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지난 2014년에 무효 판결을 받았다가 양사가 합의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측에서 "이미 무효 판결을 받은 동일한 미국 특허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경쟁사 견제를 위한 발목잡기 식의 과도한 소송"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향후 진행될 2차 소송(337-TA-1179)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특허의 경우 사실상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로우테크' 범주에 해당돼, 침해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배터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ITC의 특허 침해 예비 판정 결과는 분리막 기술에 있어서 두 회사의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 사업의 역사는 20년으로 유사하며, 사실상 시작점 자체가 큰 차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양사간의 특허침해 관련 소송과 무효화 판정이 'K배터리'에 '상처 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이번 ITC 예비 판정을 통해 국외 기업들로부터 받던 분리막 코팅(SRS) 관련 기술료 수입의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LG에너지솔루션에게 당면한 더 큰 문제"라며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제기한 2개 특허의 경우에도 무효 판결이 나온다면 현재 기술료를 받는 게 없어 손실은 없겠지만, 국외 파우치셀 제작사들에게 공동 대응할 만한 내용이 무효화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둘의 싸움으로 인한 이권은 외부(해외)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