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택배기사 과로사…해법은 ‘사회안전망’

입직신고 절반 안 돼 산재·고용보험 제외, 서브터미널 근로환경 개선 점검

입력 : 2021-04-06 오후 3:14:0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과다한 업무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이 제기됐다.
 
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서울연구원 등에 따르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건수는 지난해 16건, 올해 현재까지 5건에 달한다.
 
지난해 과로사 16건은 우체국, 쿠팡,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로젠, 건영 등으로 거의 모든 택배사에서 발생했다. 올해에도.쿠팡에서 3명, 로젠에서 1명, CJ대한통운에서 1명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택배기사는 하루 13~16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물량 증가로 이 중 대부분을 분류작업에 소요한다. 
 
서브터미널에서 이뤄지는 분류작업은 허브터미널에서 온 간선차량의 택배를 지역별로 분류하는 곳이다. 서브터미널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할 뿐, 화장실, 휴게실, 세면실 등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 
 
서울시 택배기사 가운데 2/3 이상이 중량물 취급, 통증 유발 자세, 반복적 동작 등으로 육체적 위험에 노출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무상 발생하는 각종 근육통과 사고로 다치는 경우는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겪는 일상이다. 또 근무시간의 1/4 이상 고객 상대로 인한 정신적 위험을 느꼈다고 얘기한 택배기사는 무려 82.5%에 달했다. 
 
전국 택배기사 5만명 중 입직신고를 한 인원은 2만4000여명 수준이다. 입직신고를 해야만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입직신고를 해야하는 사업주가 보험료 증가를 이유로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주가 물게 되는 과태료가 건당 5만원에 불과해 사업주가 관행적으로 기피하는 실태다. 올 7월부터 택배기사가 고용보험 가입대상자가 되더라도 입직신고가 안 되면 고용보험도 적용받을 수 없다. 
 
특히, 지자체가 차원의 입직신고 실태조사와 관리감독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택배기사 과로사를 방관하지 말고 택배기사의 사회안전망 진입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서울시 산업재해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 등이 근거로 산업재해를 막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지원활동이 가능하다.
 
택배기사들이 가장 고통을 호소하는 분류작업에 대한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서브터미널에 대한 기초자료가 각 지자체에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역시 서울시가 정기적으로 자체조사하고 지속적인 근로환경 개선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황민영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지자체 차원에서 택배기사의 자격 인정과 권리 보호를 지원하고 서브터미널의 근로환경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도로공사의 화물차 라운지를 참고해 차량 정비도 받으면서 휴식이 가능한 쉼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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