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적폐청산 광풍이 사법부까지...본질 봐달라"

"검찰 통해 수사 과정 실시간 중계…사회는 최면 걸리듯 예단"

입력 : 2021-04-07 오후 2:00:5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재판에서 사건의 성격을 '적폐청산 광풍'으로 규정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이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법원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뀐 이후 처음 열려,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과 피고인 모두진술 순으로 진행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판부의) 예단"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부까지 그 광풍이 불어닥쳤다"며 "그 과정에서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인 관찰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피고인들이 염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본인 혐의에 대한 예단이 형성된 원인으로 지속적인 수사 상황 보도를 꼽았다. 그는 "얼마 전 검찰 고위급 간부 한 명이 모종의 혐의로 수사 받게 되자,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수사 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수사 상황이 시시각극으로, 수사 변론이 관계인에 의해 계속 제시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사건이야말로 당시 수사 과정에서 어떤 언론이 '수사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방송 되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쉬지 않고 수사 상황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또 "그런 과정에서 일반 사회에서는 최면에 걸리듯이 마치 저 사람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생각에 젖어들게 만들었다"며 "이제 광풍이 지나간 뒤 객관적으로 왜 이렇게 됐는지 살필 상황에서도 예단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는 걱정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새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건의 실질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직권남용 등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재차 부인했다. 변호인은 대법원장에게 재판 개입 권한이 없고, 사법 행정 대부분은 법원행정처가 처리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소모임 등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통합진보당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법관 인사에 불이익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2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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