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임성근 판사, 공직취임 막아야…퇴임 했어도 탄핵심판 이익 있다"

송기춘 교수 "위헌적 행위 다시 안 한다는 보장 없어…국민 사법불신 초래 일조"
한상희 교수 "탄핵소추, 사법농단이라는 헌정유린 사태에 대한 마지막 청산 기회"

입력 : 2021-02-18 오후 4:23:2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퇴임 이후라도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기획위원장인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헌법재판소의 사법농단 법관 탄핵심판, 쟁점과 전망'이란 긴급좌담회에서 "피청구인의 재판 개입 행위는 매우 구체적인 사안에 관해 매우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뤄졌다"며 "그 골자는 특정한 재판에 관해 재판의 진행, 재판의 결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시도와 연결돼 있고, 정권의 구미에 맞는 재판을 유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한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도박죄 사건에 관해 재판의 내용이나 결과를 '마사지'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행위는 법관은 독립해 심판하도록 한 헌법 제103조의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법원의 판단처럼 이러한 재판 관여 행위가 단순한 권고나 조언 정도이고, 재판의 결과와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법원의 재판에서 법관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며 "그 결과 사법이 공정해야 한다는 믿음에 근본적인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성근 판사의 권고와 조언을 충실하게 따르는 판사의 행태 역시 사법행정권자의 위력을 보여주고, 그를 통한 청탁이 잘 먹힌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 부장판사가 오는 28일 퇴임하므로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누차 말하듯이 헌법재판은 주관적 권리 구제 기능뿐 아니라 객관적 헌법 질서의 유지·수호 기능도 하므로 법관의 직무상의 헌법적 의무를 언급하면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 위반임을 확인함으로써 파면 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파면에 이를 수 있는 헌법 위반 행위임을 확인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핵심판이 반드시 공직자의 파면만이 목적이 아니라 직무 수행에서 위헌 또는 위법한 행위를 한 자를 일정 기간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퇴임 후라고 해서 반드시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이러한 취지는 우리와 근본적으로 제도가 다르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연방헌법상 탄핵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피청구인의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송 교수는 "헌법 위반이란 판단을 받을 정도의 행위를 했다면 이는 더 이상 법관으로서의 공정성과 독립성의 외관을 상실하게 됐다는 점에서 법관으로 재직해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한 헌법 위반의 행위를 한 자가 언제 어느 사건에서 위헌적 행위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또 "피청구인에 대해 파면을 말하는 것이 법원을 길들이는 것이라느니 하는 주장은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위험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인지를 애써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소추인은 소속 법관들의 소신 있는 재판이 이뤄지기도 전에 혹은 그러한 재판이 있었는데도 그 재판 자체의 내용을 바꾸거나 재판의 진행을 변경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이 점에서 담당 법관이나 재판부가 나름의 합의 과정이나 독자적인 조언 확보 행위를 통해 판단 내지 결정했다는 사실은 그것이 비록 진실이라 하더라도 탄핵의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번 임성근 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사법농단이란 헌정 유린 사태에 대한 마지막 청산의 기회가 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헌법이 명령하는 사법의 독립이 무엇이며, 그로부터 구성되는 우리의 법치주의와 입헌적 민주주의의 요체가 어떠한 것인지를 이 무법의 사법관들에 대한 응징의 과정에서 명확히 판단돼 모든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그리고 권위적으로 선언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이런 과업은 오로지 헌법재판소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 회부 사건 등에서 판결 내용 사전 유출 또는 판결 내용 수정 선고 지시 등의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준비절차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번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은 이석태 재판관이, 수명재판관은 이석태·이미선·이영진 재판관이 맡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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