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만 매년 10만명 이상이 수술하는 맹장염은 장염으로 착각해 수술 시기를 놓칠 경우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흔히 '맹장염'으로 알고있는 질환의 정확한 진단명은 급성 충수염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고 있다. 주변에서 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은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다빈도 수술에 속한다. 수술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만, 단순 장염으로 착각해 신속한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을 지나게 된다. 소장 끝부분과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는 약 10cm 길이의 충수가 있는데, 이 충수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급성 충수염이라고 부른다. 충수는 길쭉한 꼬리 모양으로 오른쪽 아랫배에 자리 잡고 있다. 급성 충수염이 발병했을 때 오른쪽 하복부에 통증이 생기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급성 충수염은 대부분에 연령층에서 고르게 발생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10~30대 사이에서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급성 충수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0만5698명이다. 이 가운데 10~30대 환자는 5만 1997명으로 전체의 49.1%를 차지했다. 반면 10세 미만과 70세 이상의 환자는 1만3788명으로 전체의 13.0% 수준으로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충수염은 충수의 입구가 막혀 발생하게 된다. 충수 주위에 임파 조직이 과다 증식했거나, 딱딱한 변이 충수로 흘러 들어가 충수 입구를 막아버린 경우다. 충수 구멍이 막히면 그 안에서 세균이 증식하게 되고, 내부에서 분비되는 분비물들이 빠져나가지 못해 충수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후 충수에 압력이 높아지게 되면 이 부위에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조직 벽이 괴사하거나, 천공이 발생하게 된다.
급성 충수염 초기에는 미열과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이 나타난다. 대부분 이를 장염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른쪽 하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고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때 신속한 수술을 받지 않고 병을 방치한다면 하복부 통증이 복부 전체 통증으로 확산할 수 있다. 또 충수에서 발생한 고름이 흘러나와 복막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해 수술이 복잡해질 수 있다.
급성 충수염은 사실상 예방이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 발생 시 신속하게 수술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증상이 발생하고 최소 3일 안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합병증에 대한 위험이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은 이후 24시간 이내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급성 충수염 수술은 복강경을 통해 문제가 되는 충수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강경 수술은 작은 복강경을 통해 복강 내부를 바라보면서 진행하는데, 통증이 적고 회복 기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유선경 세란병원 외과 부장은 "일반적인 복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완화되지만, 급성 충수염은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더 심해진다"라며 "그동안 느꼈던 복통과 다르다고 생각되거나 배꼽과 오른쪽 골반 사이를 눌렀을 때 통증이 커진다면 급성 충수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상이 초기라면 복강경 수술을 통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충수에서 발생한 염증이 복막염으로 번졌다면 수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라며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일시적인 복통 등의 전초현상을 간과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